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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딕(Noto Sans KR) 완전 정복 — 한글 11,172자를 전부 가진 폰트의 값과 대가

본고딕은 획획클럽이 다루는 고딕 중 유일하게 현대 한글 11,172자와 호환 자모 94자를 전부 그린다. 그 완비가 무엇을 해결하고 무엇을 대가로 치르는지, 줄 높이 1.448과 파일 크기 529KiB 같은 실측값으로 확인했다.

다루는 폰트 · 본고딕 (Noto Sans KR)

본고딕(Noto Sans KR)은 이름부터 목표를 담고 있는 서체다. Noto 는 'no more tofu', 즉 시스템이 글자를 그리지 못할 때 나타나는 빈 네모를 없애자는 뜻에서 나왔다. 두부처럼 생긴 그 네모를 지구상의 모든 문자에서 지우겠다는 것이 프로젝트의 선언이다.

같은 설계를 어도비는 Source Han Sans 라는 이름으로 배포하고, 한국어권에서는 그것을 본고딕이라고 부른다. 구글 쪽 이름은 Noto Sans CJK 다. 이름이 여러 개인 이유는 만든 주체가 둘이기 때문이다.

획획클럽이 시뮬레이터에 물려 주는 본고딕 파일을 직접 열어 보면 그 선언이 숫자로 남아 있다. 그릴 수 있는 문자가 11,542자, 현대 한글은 11,172자 전부, 한글 호환 자모 94자도 전부다. 이 글에서 다루는 다른 고딕 넷은 어느 것도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회원 이름에 쀼, 뷁, 똠 같은 드문 음절이 들어와도 화면은 그대로 버틴다. 주소 입력란에 옛 지명이 섞이거나 댓글에 낯선 표기가 올라와도 마찬가지다. 이 문장은 그 사실을 확인하려고 일부러 이상한 글자를 넣어 둔 것이다.

두부를 없애자는 프로젝트에서 나왔다

본고딕은 2014년 7월 구글과 어도비가 함께 공개했다. 설계는 어도비 도쿄 타입팀의 니시즈카 료코가 맡았고, 사양 수립과 통합은 켄 룬데가 관리했다. 지역별로는 각 나라의 서체 회사가 붙었는데 한글은 산돌커뮤니케이션이 담당했다. 구글은 방향과 요구 사항, 검증과 자금을 대고 어도비는 설계와 기술 구현을 맡는 구조였다.

파일 안의 저작권 표기가 그 계보를 그대로 갖고 있다. 획획클럽 자산에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의 어도비 저작권과 예약 폰트명 Source 가 적혀 있고, 버전은 2.004 다.

설계 목표는 '범 CJK 조화'였다. 중국어 간체와 번체, 일본어, 한국어를 한 패밀리로 덮되 각 지역의 표기 관습은 지키고 서로 어울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같은 한자를 지역별로 다르게 그리면서도 한 벌로 묶는 작업이라 규모가 컸다. 2018년 2.0 에서 홍콩 번체가 추가됐고, 2021년에는 굵기 축을 갖는 형태로 다시 빌드됐다. 안드로이드의 CJK 시스템 글꼴도 이 계열이다.

완비의 대가는 어디에 나타나는가

세로 비율은 무난하다. x-height 가 em 의 0.543, 대문자 높이가 0.733 이다. 프리텐다드(0.530)보다 살짝 크고 SUIT(0.461)보다는 뚜렷하게 크다. 한글 '한' 한 글자의 진행폭은 0.92em 으로, 한글 11자를 이으면 10.12em, 16px 에서 약 162px 가 된다. 프리텐다드(152px)보다 한 줄에 담기는 글자가 적다.

문제는 세로다. 이 파일의 기본 줄 높이는 1.448 로 다섯 고딕 중 압도적으로 크다. line-height 를 지정하지 않으면 16px 글자에 23.2px 짜리 줄이 잡힌다. 같은 조건에서 나눔스퀘어 Neo 는 17.7px 다. 한 줄에 5.5px, 스무 줄이면 110px 차이다. 본문 서체를 본고딕으로 바꿨더니 페이지가 갑자기 길어졌다면 이유는 대개 여기다.

게다가 이 자산은 줄 높이 계산의 기준이 환경마다 갈릴 수 있는 구조다. typo 계열 수치를 쓰라는 플래그가 꺼져 있는데, typo 기준으로 계산하면 줄 높이가 1.0em, win 계열로 계산하면 1.448em 이 된다. 브라우저와 문서 편집 도구에서 같은 문단이 다르게 잡히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해결은 간단하다. line-height 를 직접 지정하면 이 변수는 사라진다.

세로 정렬에서도 약점이 하나 있다. 한글 글자 덩어리의 세로 중심이 줄 상자의 중심에서 0.052em 아래에 놓인다. 프리텐다드는 0.008em, SUIT 는 0.010em 이니 대여섯 배 차이다. 16px 기준으로 0.8px 정도인데, 버튼 안에서 한글과 아이콘의 높이를 맞출 때 자꾸 여백을 비대칭으로 주게 되는 원인이 이 숫자다. 실제로 이 문제는 뒤에 나온 국산 UI 서체들이 자기 설계 이유로 지목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파일 크기도 대가다. 획획클럽이 받아 온 본고딕 자산은 529.2KiB 이고 글리프가 11,596개 들어 있다. 서브셋으로 다듬은 다른 자산들과 출처가 달라 크기를 나란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문자를 다 담으면 파일이 커진다는 원리 자체는 그대로다. 실제 서비스에서는 구글 폰트가 문자 범위별로 잘라 주는 방식을 그대로 쓰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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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면 안 되는 화면을 위한 서체

본고딕이 가장 강한 자리는 내가 문구를 통제할 수 없는 화면이다. 회원 이름, 주소, 댓글, 검색어처럼 어떤 글자가 들어올지 모르는 곳에서는 커버리지가 곧 안정성이다. 공공 문서, 학술 자료, 다국어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라틴과 라틴-1 보충까지 완비돼 있어 유럽어 표기가 섞여도 폴백이 일어나지 않는다. 세로쓰기용 기능 태그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세로 조판이 필요한 인쇄물에서 의미가 있다.

반대로 초기 로딩이 승부인 랜딩 페이지, 인상이 필요한 브랜딩, 줄이 촘촘해야 하는 조밀한 UI 에는 덜 맞는다. 무게와 줄 높이가 부담이고, 무엇보다 이 서체는 눈에 띄지 않도록 설계된 서체다.

굵기, 그리고 자모 94자가 만드는 차이

획획클럽 카탈로그는 굵기를 100부터 900까지 9단계로 정리한다. 2014년의 정적 패밀리는 일곱 단계였고, 지금 구글 폰트가 내려 주는 배포본은 100에서 900까지 굵기 축을 가진 파일이다. 다만 시뮬레이터가 미리보기에 쓰는 자산은 굵기 400 하나짜리 정적 파일이므로, 굵기별 인상을 확인하려면 공식 배포처에서 전체 패밀리를 받아 보는 편이 정확하다.

문자 지원에서 눈여겨볼 것은 한글 음절 수만이 아니다. 한글 호환 자모 94자를 전부 갖춘 것은 이 다섯 중 본고딕뿐이다. 나머지 넷은 51자에 머문다. 이 차이가 드러나는 곳은 의외로 흔하다. 연락처 목록의 초성 인덱스, 한글 학습 콘텐츠, 자음과 모음을 낱자로 늘어놓는 화면에서 다른 서체는 일부 낱자가 다른 글꼴로 대체된다. 그런 화면을 만든다면 선택지가 사실상 하나다.

라이선스

본고딕은 2014년 공개 당시 아파치 라이선스 2.0 이었다가 1.002 버전부터 SIL Open Font License 1.1 로 바뀌었다. 획획클럽의 판정에서도 인쇄, 웹, 영상, 패키지, BI/CI 다섯 매체가 모두 허용으로 기록돼 있고, 제약은 폰트 파일 자체를 단독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과 수정본 재배포 시 이름 사용에 관한 조건 정도다.

다만 라이선스는 버전에 따라 문구가 달라진 이력이 있는 서체이므로, 납품이나 계약이 걸린 일이라면 본고딕 상세 페이지에 연결된 공식 원문을 직접 확인하는 편이 좋다. 이 글은 요약이지 법률 자문이 아니다.

글자가 깨지지 않는다는 것은 평소에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품질이다. 다만 한 번 깨지면 그 화면을 만든 사람의 실력으로 읽힌다.

본고딕의 넉넉한 줄 높이가 내 레이아웃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는 재 보면 바로 안다. 시안 이미지를 올리고 같은 문단을 프리텐다드, SUIT 와 번갈아 씌워 보면 문단의 세로 길이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