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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텐다드(Pretendard) 리뷰 — 애플 시스템 폰트의 빈자리를 메운 무료 고딕

프리텐다드는 라틴은 Inter, 한글은 본고딕에서 가져와 하나로 다시 짠 무료 고딕이다. 한글 자폭 0.864em, x-height 0.530em 같은 실측값으로 이 서체가 화면에서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쓰고 어디를 피해야 하는지 정리했다.

다루는 폰트 · 프리텐다드 (Pretendard)

한국어 웹사이트나 앱을 하루만 돌아다녀도 프리텐다드(Pretendard)로 조판된 화면을 여러 번 마주치게 된다. 무료로 쓸 수 있는 한글 고딕은 많지만, 공개 몇 년 만에 실무의 기본값 자리를 가져간 서체는 흔치 않다.

프리텐다드가 특이한 것은 만들어진 방식이다. 백지에서 글자를 새로 그린 결과물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서체의 글자들을 골라 하나의 패밀리로 다시 짠 결과물이다. 폰트 파일 안의 정보 항목이 그 계보를 스스로 밝혀 둔다. 라틴의 뼈대는 Inter, 한글은 본고딕 계열(Source Han Sans), 가나는 M PLUS 1p 에서 왔고 그것을 합쳐 프리텐다드로 다시 설계했다고 적혀 있다.

아래에 나오는 수치는 전부 획획클럽이 시뮬레이터에 실제로 물려 주는 웹폰트 파일 하나를 열어 잰 값이다. 배포처의 소개 문구가 아니라 화면에 그려지는 파일 자체가 근거다.

신제품 상세 페이지를 열면 가격과 배송 정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정가 39,000원, 회원가 31,200원, 무료 배송 기준 금액은 50,000원이다. 같은 문장을 12px 로 줄여도 자음과 모음이 서로 붙지 않는지 확인해 보자.

애플 밖에서도 애플처럼 보이고 싶었다

제작자는 길형진(orioncactus)이다. 본인이 밝힌 최초 배포일은 2021년 6월 28일이고, 작업은 2020년 11월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파일에 담긴 저작권 표기는 Kil Hyung-jin, 획획클럽이 서빙하는 자산의 버전은 1.309 다.

만든 이유는 뚜렷하다. 애플 기기에서 화면을 디자인하면 시스템 글꼴인 San Francisco 와 애플 SD 산돌고딕 Neo 조합이 알아서 잡아 주는데, 같은 화면이 안드로이드나 윈도우로 넘어가면 한글의 크기와 자간이 달라진다. 그때마다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같은 문제를 다시 이야기해야 했고, 그 조합을 대신할 만한 오픈 소스가 없었다는 것이 제작자의 설명이다. 새로운 인상을 만들려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어긋남을 줄이려고 시작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그래서 설계 결정도 대부분 '맞추기'에 가깝다. 어센더와 디센더 값을 San Francisco 와 같게 두었고, 한글은 애플 SD 산돌고딕 Neo 에 맞춰 속공간과 높이를 조정했으며, 본고딕 한글보다 2% 정도 얇게 다듬었다고 밝히고 있다. 굵기도 본고딕에 없던 600과 800을 채워 100부터 900까지 9단계를 만들었다. 현재는 Adobe Fonts 에도 등재돼 있고, 네이버 웹툰·카카오뱅크·원티드·클래스101 같은 서비스가 공식 사용처 목록에 올라 있다.

숫자가 말해 주는 것

세로 비율부터 보자. 이 자산의 x-height 는 em 의 0.530, 대문자 높이는 0.707 이다. 16px 본문이라면 소문자 x 의 높이가 약 8.5px 다. 같은 고딕끼리 비교하면 Inter(0.546)나 본고딕(0.543)보다 아주 조금 낮고, SUIT(0.461)보다는 뚜렷하게 높다. 같은 폰트 크기를 지정했을 때 SUIT 보다는 커 보이고 Inter 보다는 미세하게 작아 보인다는 뜻이다.

가로 폭이 더 흥미롭다. 한글 '한' 한 글자의 진행폭이 0.864em 이다. 전각 고정폭(1.0em)이 아니고, 한글 11자를 이어 붙이면 9.507em, 16px 에서 약 152px 가 된다. 같은 문장을 본고딕으로 짜면 약 162px, 나눔스퀘어 Neo 로 짜면 약 167px 다. 한 줄에 담기는 글자 수가 10% 가까이 차이 난다는 얘기고, 좁은 카드나 버튼에서 줄바꿈이 생기느냐 마느냐가 여기서 갈린다.

라틴 쪽에서는 뿌리와의 차이가 드러난다. 표준 표본 문자열의 폭이 7.705em 인데 Inter 는 같은 문자열이 8.131em 이다. 프리텐다드의 라틴은 Inter 보다 약 5% 좁게 다시 짜여 있다. 영문 레이아웃을 Inter 기준으로 잡아 두고 프리텐다드로 갈아 끼우면 줄이 조금 짧아진다.

세로 정렬도 확인해 볼 만하다. 한글 글자 덩어리의 세로 중심과 줄 상자의 중심이 어긋난 양이 0.008em 에 불과하다. 본고딕은 같은 계산에서 0.052em 이 어긋난다. 버튼 안에서 한글과 아이콘의 높이를 맞출 때 손이 덜 가는 이유가 이 숫자에 있다.

줄 높이는 1.193 이다. line-height 를 지정하지 않으면 16px 글자에 19.1px 줄이 잡힌다. 한글의 잉크가 베이스라인 위 0.788em, 아래 0.061em 까지 뻗으니 실제 글자가 차지하는 세로 폭은 0.849em 다. 여유가 넉넉하지는 않아서 긴 본문이라면 줄 높이를 직접 지정하는 편이 낫다. 다행히 이 파일은 typo 계열과 win 계열 수치가 같아, 브라우저와 편집 도구 사이에서 줄 높이가 갈리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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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맞는 자리, 굳이 쓸 필요 없는 자리

본문, 인터페이스 라벨, 관리자 화면, 발표 자료처럼 글자가 튀지 않아야 하는 곳이 프리텐다드의 자리다. 자폭이 좁아 정보 밀도가 높은 화면에 유리하고, 굵기가 촘촘해 위계를 굵기만으로 만들 수 있다. 숫자를 다루는 기능이 잘 갖춰진 것도 실무에서 크다. 이 자산에는 고정폭 숫자(tnum), 슬래시가 그어진 0(zero), 분수(frac), 대문자 전용 문장부호(case) 같은 기능 태그가 들어 있어 표의 숫자 열을 정렬하거나 금액을 표기할 때 편하다.

반대로 인상이 남아야 하는 자리에는 약하다. 브랜드 타이틀, 포스터 헤드라인, 캠페인 키비주얼처럼 서체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곳에서 프리텐다드는 조용하다. 중립적이라는 장점이 그대로 단점이 된다. 그런 자리라면 표정이 분명한 제목용 서체를 세우고 본문만 프리텐다드로 받치는 조합이 현실적이다.

굵기 9단계, 그리고 글자 수의 함정

배포본이 제공하는 굵기는 100부터 900까지 9단계다. 다만 획획클럽 시뮬레이터가 내려 주는 자산은 굵기 400 하나짜리 정적 파일이다. 원본 패밀리는 굵기를 연속으로 조절하는 형태로도 배포되지만 여기서 미리보는 파일에는 그 축이 들어 있지 않다. 굵기별 인상까지 비교하려면 공식 배포처에서 전체 패밀리를 받아 보는 편이 정확하다.

문자 지원도 같은 구분이 필요하다. 배포본은 현대 한글 11,172자 전체를 담는다. 시뮬레이터용 자산은 그중 KS X 1001 상용 한글 2,350자를 빠짐없이 담은 서브셋이고, 라틴 기본과 라틴-1 보충 96자를 모두 갖고 있다. 일반적인 문장은 2,350자 안에서 거의 해결되지만 드문 음절이 들어간 이름, 옛 표기, 의성어와 의태어는 그 밖으로 나간다. 유럽어 표기가 섞이는 화면이라면 라틴-1 을 전부 갖췄다는 점이 SUIT(14자)나 나눔스퀘어 Neo(22자)와 갈리는 지점이다.

라이선스는 어디까지 열려 있나

획획클럽의 라이선스 판정에서 프리텐다드는 인쇄, 웹, 영상, 패키지, BI/CI 다섯 매체가 모두 허용으로 기록돼 있다. 근거는 SIL Open Font License 1.1 이며 실질적인 제약은 폰트 파일 자체를 단독 상품으로 파는 것수정본을 재배포할 때 원래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 정도다. BI/CI 는 폰트 라이선스가 로고 제작이나 상표 출원을 막지 않지만, 상표 등록이 실제로 되는지는 상표법상 별개 심사라는 점을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여기까지는 서비스가 정리해 둔 요약이다. 계약이나 납품이 걸린 프로젝트라면 프리텐다드 상세 페이지에서 공식 라이선스 원문과 배포처 링크를 직접 확인하고 판단하기를 권한다.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다.

서체를 고르는 일은 취향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줄에 몇 글자가 들어가는지 12px 에서도 읽히는지 같은 아주 실용적인 질문들의 묶음이다.

프리텐다드가 내 화면에 맞는지는 글로 결론이 나지 않는다. 쓰던 시안 이미지를 올리고 실제 문구를 얹은 다음 본고딕이나 SUIT 로 갈아 끼워 보면, 자폭 0.864em 과 0.92em 의 차이가 눈에 바로 들어온다. 위에서 읽은 숫자를 화면으로 확인하는 데는 몇 초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