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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을지로체 리뷰 — 을지로 간판 글씨를 그대로 옮겨 온 붓글씨체

우아한형제들이 2019년 한글날에 배포한 배달의민족 을지로체를 실측 수치로 뜯어봤다. 베이스라인 아래로 내려앉는 획, 한 글자 평균 0.851em의 좁은 자폭, 1.122배의 촘촘한 줄 높이가 어떤 화면에서 강점이 되고 어떤 화면에서 약점이 되는지 정리했다.

다루는 폰트 · 배달의민족 을지로체

배달의민족 을지로체는 서울 을지로 일대의 오래된 간판에 남아 있던 붓글씨를 서체로 옮긴 결과물이다. 우아한형제들이 2019년 한글날에 맞춰 무료로 공개했고, 2012년 한나체부터 해마다 이어 온 무료 글꼴 배포의 여덟 번째 순서이기도 하다.

이 서체를 찾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대체로 하나다. 오래된 간판의 분위기. 그런데 그 분위기가 정확히 어떤 조형에서 나오는지, 또 그 대가로 무엇을 포기하게 되는지는 견본 이미지 몇 장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획획클럽이 실제로 서빙하는 웹폰트 파일을 열어 직접 쟀다. 먼저 눈으로 확인하고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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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서체

이 작업의 출발점은 산돌의 석금호 의장이 을지로에서 찍은 간판 사진 한 장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우아한형제들과 산돌이 함께 작업했고, 원도는 배민 쪽 디자이너가 붓을 들고 직접 썼다.

붓으로 쓴 글씨이다 보니 처음 원도는 획의 높이도, 방향도, 맺음의 모양도 글자마다 제각각이었다. 제작진은 그 제각각을 지우는 대신 남기기로 했다. 조형적으로 지나치게 틀어진 부분만 산돌 디자이너가 함께 다듬고, 자유분방한 성질 자체는 그대로 두었다. 그렇게 한글 2,350자를 한 자씩 그려 나갔다.

출시에 맞춰 을지로4가의 한 갤러리에서 제작 배경을 보여 주는 전시도 열렸다. 상품으로서의 서체라기보다, 이름이 남지 않은 간판 글씨 장인들의 작업과 그 골목의 풍경을 기록해 두려는 성격이 강한 프로젝트였다. 서체를 고를 때 이 맥락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결과물에서 꽤 다르게 나타난다.

베이스라인이 흔들린다는 것

제작 방식이 남긴 흔적은 숫자로 확인된다. 이 파일에서 라틴 대문자 H는 베이스라인 아래로 0.077em 내려가 있고, 소문자 x도 0.061em 내려가 있다. 한글 은 0.131em이나 아래로 내려간다.

본문용으로 설계된 서체에서 이 값은 보통 0이다. 같은 방식으로 잰 나눔스퀘어라운드의 H는 정확히 0이다. 같은 붓 계열인 나눔손글씨 붓은 방향이 아예 반대여서 H가 0.173em 로 떠 있다. 간판에 눌러 그린 획과 종이에서 들어 올린 획의 차이다. 을지로체는 글자마다 바닥이 조금씩 다르다는 뜻이고, 이것이 손으로 쓴 것 같다는 인상의 실체다. 문장을 이루면 글자가 미세하게 아래위로 출렁이면서 간판 글씨 특유의 리듬이 생긴다.

자폭도 특이하다. 한글 열한 자를 이어 붙여 재면 9.365em, 한 글자 평균 0.851em이다. 한글 서체는 보통 한 글자에 한 칸(1.0em)에 가까운 자리를 주는데 이 서체는 그보다 눈에 띄게 좁다. 같은 문구가 다른 서체보다 짧게 끝난다는 뜻이고, 가로로 긴 간판 판면에 글자를 욱여넣던 원본의 성질이 남았다고 볼 만하다.

줄 높이 기본값은 1.122배다. 좁은 편이라 제목 한두 줄을 붙여 앉힐 때는 오히려 시원하게 떨어진다. 다만 세 줄이 넘어가면 금세 답답해지므로 줄 간격은 손으로 키워 주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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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맞는 자리와 버거운 자리

가장 잘 맞는 자리는 크게 쓰는 한 줄이다. 포스터 제목, 메뉴판, 동네 상점 브랜딩, 레트로 콘셉트의 패키지 문구처럼 열 글자 안팎을 큼직하게 앉히는 곳에서 이 서체는 제 몫을 한다.

반대로 본문에는 권하지 않는다. 획 굵기가 고르지 않은 데다 바닥까지 흔들리기 때문에, 작은 크기로 여러 줄을 쌓으면 글자가 서로 엉켜 읽는 속도가 떨어진다. 표나 숫자 정렬에도 맞지 않는다. 숫자 열 자를 재면 5.493em인데 글자마다 폭이 달라 세로로 자릿수가 맞지 않고, 파일이 제공하는 OpenType 기능도 커닝(kern) 하나뿐이라 조판을 거들어 줄 장치가 사실상 없다.

비용도 따져 볼 일이다. 서빙 중인 파일은 367.4KiB로, 이번에 함께 잰 다섯 서체 가운데 가장 무겁다. 제목 몇 줄을 위해 이만큼을 내려받게 할 값어치가 있는지는 화면마다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

굵기 한 벌, 그리고 2,573자

굵기는 400 한 벌이다. 파일이 스스로 선언한 굵기도 400이고 굵기 축을 가진 파일도 아니므로, 브라우저에서 굵게를 지정하면 진짜 굵은 획이 아니라 렌더러가 획을 부풀린 가짜 굵기가 나온다. 강약은 굵기가 아니라 크기와 색으로 주는 편이 안전하다.

담긴 문자는 2,573자다. KS X 1001 상용 한글 2,350자를 빠짐없이 채우고 있다. 원도부터 2,350자를 기준으로 그린 서체이니 그 범위가 곧 설계 범위인 셈이다. 다만 현대 한글 11,172자로 보면 21% 수준이라, 의성어나 외래어 표기에 쓰이는 드문 음절은 다른 서체로 대체되어 나온다. 라틴 기본 문자 94자는 들어 있지만 라틴-1 보충 영역은 34자뿐이라 유럽어 표기에는 부족하다.

라이선스는 어디까지 열려 있나

파일 안에 적힌 라이선스 문구는 SIL Open Font License 1.1을 가리키고, BM EULJIRO를 예약 폰트명으로 지정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공개한 글꼴 정책은 인쇄물과 웹페이지, 영상 자막, 패키지, 로고까지 사용 가능 범위로 적고 있으며, 금지되는 것은 폰트 파일 자체를 유료로 파는 행위다.

다만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다. 특히 로고와 상표는 폰트 라이선스가 허용하더라도 상표 등록 가부가 별개의 심사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 프로젝트에 넣기 전에 공식 페이지의 원문을 직접 확인하기를 권한다. 획획클럽의 배달의민족 을지로체 상세 페이지에서 매체별 판정과 공식 배포처 링크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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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을지로체는 잘 만든 제목용 서체이면서, 동시에 사라져 가는 글씨를 붙들어 둔 기록물이다. 본문에 욕심내지 않고 한 줄에 크게 쓴다면 이만큼 분명한 표정을 내는 무료 서체는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