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메로나체 리뷰 — 아이스크림 로고에서 나온 서체, 그리고 로고에는 못 쓰는 이유
빙그레가 2019년 한글날에 배포한 메로나체를 실측으로 확인했다. 1.280배의 넉넉한 줄 높이, 나눔스퀘어라운드와 똑같은 자폭 안에서 더 작게 그려지는 글자, 그리고 다섯 매체 중 BI/CI만 사용 불가로 지정된 라이선스 조건까지 짚었다.
다루는 폰트 · 빙그레 메로나체

빙그레 메로나체는 아이스크림 메로나의 제품 로고를 소재로 만든 브랜드 서체다. 빙그레가 2019년 한글날에 맞춰 무료로 배포했고, 윤디자인그룹이 디자인을 맡았다. 2016년 바나나맛우유를 소재로 한 빙그레체, 2017년 투게더를 소재로 한 빙그레체 II, 2018년 따옴체에 이은 네 번째 글꼴이다.
브랜드 서체는 무료로 풀려도 성격이 다르다. 회사가 자기 브랜드 자산을 지키면서 배포하는 것이라 조형에도 라이선스에도 그 목적이 남는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도 마지막 라이선스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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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아이스크림에서 온 형태
메로나체가 표현하려 한 것은 메로나 특유의 네모난 형태와 산뜻한 맛이라고 빙그레와 윤디자인그룹은 밝히고 있다. 제품 로고에서 출발한 만큼 메, 나, 알파벳 L 같은 글자에는 로고에서 가져온 사각형 요소가 들어가 있다.
그래서 이 서체는 둥근 계열로 분류되면서도 순수하게 둥글지만은 않다. 전체 인상은 부드러운데 특정 글자에서 각진 요소가 튀어나온다. 이 불규칙함이 브랜드 서체의 개성이자, 범용 서체로 쓰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개발에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한국글꼴개발연구원이 자문으로 참여했다.
같은 칸, 더 작은 글자
실측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나온다. 메로나체의 한글 자폭은 한 글자당 0.910em이고, 한글 열한 자를 재면 10.010em이다. 나눔스퀘어라운드와 소수점까지 똑같다. 파일이 선언한 평균 자폭도 0.902em으로 두 서체가 같다.
그런데 그 칸을 채우는 방식이 다르다. 한글 한의 잉크 높이가 나눔스퀘어라운드는 0.776em, 메로나체는 0.754em이다. 같은 폭 안에서 메로나체 쪽이 더 작게 그려지고, 그만큼 글자 둘레에 여백이 남는다. 라틴도 마찬가지여서 표본 문자열이 8.112em 대 7.385em으로 메로나체가 좁고, x 높이는 0.528em 대 0.470em으로 낮다.
결과적으로 같은 글자 크기를 지정해도 메로나체 쪽이 한 치수 작아 보인다. 두 서체를 한 화면에서 섞어 쓸 생각이라면 메로나체의 크기를 조금 올려 시각적 크기를 맞춰야 한다.
줄 높이 1.280배가 뜻하는 것
세로 지표는 더 극적이다. 메로나체의 줄 높이 기본값은 1.280배로, 나눔스퀘어라운드의 1.135배는 물론 을지로체의 1.122배보다도 훨씬 넉넉하다. 베이스라인 위로 잡아 둔 공간만 0.980em이다.
이게 왜 이렇게 설계됐는지는 용도를 보면 짐작이 간다. 패키지와 포스터에서 글자 한 줄 한 줄이 여유를 갖고 놓이도록 만든 값이다. 다행히 이 파일은 두 벌의 세로 지표가 모두 1.280배로 계산되어, 환경에 따라 줄 간격이 갈릴 걱정은 없다.
대신 실무에서는 이 값을 알고 있어야 한다. 줄 높이를 지정하지 않고 버튼이나 칩 같은 좁은 요소에 넣으면, 글자보다 훨씬 큰 높이가 잡혀 레이아웃이 어긋난다. 촘촘한 UI에 쓸 때는 줄 높이를 명시적으로 눌러 주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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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는 자리와 피할 자리
제 몫을 하는 곳은 패키지, 포스터, 이벤트 배너, 여름 프로모션, 밝고 가벼운 톤의 제목이다. 굵기 두 단계로 제목과 부제 정도의 위계는 충분히 만든다.
피해야 할 곳도 분명하다. 첫째, 긴 본문에는 맞지 않는다. x 높이가 낮고 줄 높이가 커서 작은 크기로 여러 줄을 쌓으면 밀도가 떨어진다. 둘째, 진지하거나 무게가 필요한 메시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셋째, 이 서체는 특정 제품의 로고에서 나왔기 때문에 원 브랜드를 연상시킨다. 다른 회사의 브랜딩에 쓰면 의도치 않은 연상이 따라붙는다.
굵기와 문자 지원
패밀리는 Regular와 Bold 두 단계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가 시뮬레이터에서 갈아 끼우는 파일은 Regular 한 벌이고, 굵기 축을 가진 파일이 아니다. Bold가 필요하면 공식 배포처에서 해당 파일을 따로 받아야 한다.
서빙 파일에 담긴 문자는 2,575자로 KS X 1001 상용 한글 2,350자를 모두 채우고, 파일 크기는 86.7KiB다. 이번에 함께 잰 서체 중에서는 픽셀 서체 다음으로 가볍다. 라틴 기본 94자는 있으나 라틴-1 보충 영역은 36자뿐이라 유럽어 표기에는 부족하다. OpenType 기능은 커닝 하나다.
다섯 매체 중 하나만 막혀 있다
여기가 이 서체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빙그레 서체 라이선스의 사용범위 표를 보면 브로슈어, 포스터, 패키지, 출판물, 간판, 현수막, 지면 광고가 모두 허용이고, 웹페이지와 광고 배너, 웹서버 탑재와 폰트 임베딩 서비스도 허용이다. 방송 자막, TV 광고, 영화 크레딧 같은 영상 용도도 허용이다.
그런데 CI와 BI는 사용 불가로 지정돼 있다. 회사명, 브랜드명, 상품명, 로고, 마크, 슬로건, 캐치프레이즈가 그 항목에 함께 묶여 있다. 상표 등록 이전에 로고 제작 자체가 허용 범위 밖이라는 뜻이다. 이번에 함께 살펴본 다섯 서체 중 이 항목이 막혀 있는 것은 메로나체뿐이다. 브랜드 서체를 배포하면서 브랜드 정체성 용도만 남겨 둔 것으로 읽힌다.
한 가지 조건이 더 있다. 수정과 재배포가 금지되어 있어 배포된 파일 형태 그대로 써야 한다. 서브셋을 만들거나 자간을 손봐 다시 배포하는 방식은 허용 범위 밖이다.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며 위 내용은 공개된 사용범위 표를 요약한 것이다. 로고나 상품명에 이 서체를 검토하고 있다면 반드시 공식 원문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획획클럽의 빙그레 메로나체 상세 페이지에서 매체별 판정과 공식 배포처 링크를 함께 볼 수 있다.
이번 주말, 동네 가게에서 만나는 작은 축제
정리하면 메로나체는 잘 만든 시즌용 제목 서체다. 다만 브랜드에서 태어난 서체답게 쓸 수 있는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가 라이선스에 또렷하게 그어져 있다. 그 선을 먼저 확인하고 고르면 실무에서 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