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은고딕(Black Han Sans) 리뷰 — 네모꼴을 가득 채운 무료 제목용 서체의 강점과 함정

검은고딕은 네모꼴을 가득 채워 그린 무료 제목용 한글 서체다. 한글은 가장 좁고 라틴은 가장 넓으며 숫자가 등폭이다. 다만 커닝 정보가 없고 악센트 문자가 거의 없다. 웹폰트 파일 실측으로 쓸 자리와 피할 자리를 정리했다.

다루는 폰트 · 검은고딕 (Black Han Sans)

검은고딕(Black Han Sans)은 획을 끝까지 밀어붙인 무료 제목용 서체다. 속공간이 거의 남지 않을 만큼 굵고, 그 굵기가 이 서체의 목적 그 자체다. 카드뉴스와 세일 배너에서 자주 보이는 그 글자가 대개 이것이다.

제목용 서체는 «세다», «강하다» 같은 말로 소개되기 마련인데, 그런 표현으로는 어떤 자리에서 사고가 나는지 알 수 없다. 파일을 열어 재 보면 검은고딕이 왜 그렇게 보이는지, 어디서 조심해야 하는지가 숫자로 나온다.

먼저 눈으로 보자.

단 3일, 전 품목 최대 70% 할인

「1st Black」에서 이어진 계보

검은고딕을 만든 곳은 서울의 독립 서체 스튜디오 제스타입(ZESSTYPE)이다. 공개된 설명에 따르면 이 서체에는 앞선 두 단계가 있다. 2015년에 처음 만든 «1st Black» 한글 서체가 있었고, 그것을 개선한 «ZBLACK Original» 을 텀블벅 크라우드펀딩으로 공개했으며, 검은고딕은 그 ZBLACK 을 기반으로 글자 폭을 조절하고 가독성과 사용성을 높인 판이다.

설계 원리는 한 문장으로 정리돼 있다. «네모꼴을 가득 채워 디자인한» 한글 서체이며 제목용으로 제작했다는 것이다. 이 두 문장이 뒤에 나올 실측값의 대부분을 미리 설명한다. 네모꼴을 채운다는 것은 글자가 사각형 칸을 빈틈없이 메운다는 뜻이고, 그래서 획이 두껍고 속공간이 좁으며 글자가 위아래로 꽉 찬다.

덧붙이면 간판이나 특정 시대의 인쇄물 같은 외부 모티프에 관한 공식 서술은 없다. 조형 원리만 밝혀져 있다. Google Fonts 에는 2018년 2월에 등재됐고, 파일에 적힌 저작권 연도 2015년은 검은고딕의 발표 연도가 아니라 전신인 1st Black 의 연도다. 디자이너 개인의 이름은 공식 자료에 나오지 않는다.

같은 크기인데 왜 더 커 보일까

검은고딕이 유난히 크게 보이는 이유는 굵기만이 아니다. 소문자 x 의 높이가 0.600em 인데, 이 글에서 다루는 다섯 서체 중 압도적으로 높다. 본명조가 0.514em, 배달의민족 한나체 Pro 가 0.426em 이니 한나체와는 1.4배 차이다. 같은 font-size 를 줘도 검은고딕 쪽이 훨씬 크게 읽힌다.

또 하나는 글자가 놓인 위치다. 검은고딕의 한글 '한' 은 베이스라인 아래로 전혀 내려가지 않는다. 실측 깊이가 정확히 0이다. 명조 세 종은 0.078~0.150em 만큼 아래로 파고드는데, 검은고딕은 베이스라인 위에 딱 얹혀 있다.

이 성질은 실무에서 바로 쓸모가 있다. 글자 아래쪽이 예측 가능하므로 밑줄이나 색 박스를 바짝 붙여도 받침이 튀어나오지 않는다. 배너 하단에 글자를 걸치는 레이아웃이 검은고딕에서 유독 깔끔하게 떨어지는 이유다.

여름 정기 세일 8월 3일 개막

한글은 좁고 라틴은 넓다

폭에서 검은고딕은 한글과 라틴이 정반대로 간다. 한글 한 글자 평균 폭이 0.837em 으로 다섯 서체 중 가장 좁다. 마루부리(0.970em)와 비교하면 16% 차이다. 같은 가로 폭에 글자를 더 많이 넣을 수 있다는 뜻이라, 한 줄에 밀어 넣어야 하는 헤드라인에 유리하다.

반면 라틴은 가장 넓다. Hamburgefonstiv 열다섯 자가 9.582em 을 차지해 배달의민족 한나체 Pro(7.551em)보다 27% 넓다. 숫자 열 자를 재면 정확히 6.000em, 즉 모든 숫자가 0.6em 등폭이다. 가격이나 날짜를 여러 줄에 걸쳐 세로로 맞출 때 자릿수가 흔들리지 않는다.

정리하면 검은고딕은 한글 헤드라인을 조여 붙이고, 영문과 숫자는 크고 넓게 내세우는 배치다. «70%», «SALE», «2026» 같은 요소가 문구 안에서 저절로 강조되는 구조다.

본문에는 왜 못 쓰나

이유는 셋이고, 모두 파일 안에 적혀 있다.

첫째, 굵기가 속공간을 먹는다. 획이 두꺼우면 'ㅇ'·'ㅁ'·'ㅎ' 의 안쪽 공간이 좁아지고, 작은 크기에서는 그 공간이 먼저 메워져 글자가 검은 덩어리로 뭉친다.

둘째, 굵기가 하나뿐이다. 본문 조판에는 최소한 보통 굵기와 굵은 굵기의 대비가 필요한데 검은고딕은 400 한 종만 존재한다. 강조를 만들 방법이 크기와 색밖에 없다.

셋째, 줄 높이가 제목에 맞춰져 있다. 기본 줄 높이는 글자 크기의 1.25배다. 명조 세 종의 1.35~1.45배보다 좁다. 특이한 것은 그 구성이다. 베이스라인 위아래로 잡은 공간이 합쳐 1.0em 이고, 나머지 0.25em 은 줄과 줄 사이에 넣도록 설계된 여백이다. 큰 크기의 두세 줄짜리 제목에는 알맞지만 열 줄짜리 문단에는 부족하다.

커닝 정보가 들어 있지 않다

실측에서 가장 눈에 띈 항목이다. 검은고딕 파일에는 OpenType 기능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다. 글자 쌍마다 간격을 미세 조정하는 커닝조차 없다.

작은 크기에서는 티가 나지 않지만 제목용 서체는 대개 아주 크게 쓴다. 60px, 120px 로 키우면 특정 글자 조합에서 간격이 벌어지거나 붙어 보이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검은고딕으로 큰 제목을 짤 때는 자간을 직접 조정하는 과정을 기본으로 잡아 두는 편이 좋다.

지원 문자 — 여기서 사고가 난다

검은고딕이 그릴 수 있는 문자는 2,733자, 그중 현대 한글이 2,581자다. KS X 1001 상용 한글 2,350자는 모두 들어 있어 한국어 문구는 대개 문제가 없다.

여기서 판본을 구분해 두는 편이 좋다. 제작사 저장소에는 한글을 2,780자로 늘린 판본이 있지만, Google Fonts 가 배포하는 것은 그 이전 판본이고 획획클럽이 그리는 파일도 이쪽이다. 「검은고딕은 몇 자짜리인가」가 자료마다 다르게 적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공식 설명문이 «영문 대소문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고 적어 둔 것도 지금 파일과는 맞지 않는다. 실제로 열어 보면 라틴 기본 문자 95자 중 94자가 들어 있고 자형도 정상이다. 설명문이 낡았을 뿐이다.

진짜 문제는 악센트가 붙은 확장 라틴이다. 해당 문자 96자 중 단 2자만 들어 있다. 다른 네 서체가 39자에서 96자까지 갖춘 것과 대조적이다. 실무에서 이것이 뜻하는 바는 구체적이다. Café, Müller, Señor, Zoë 같은 표기가 글자 하나만 다른 서체로 튀거나 빈칸으로 빠진다. 수입 브랜드명이나 외국 인명이 들어가는 포스터를 검은고딕으로 짤 계획이라면 반드시 미리 찍어 봐야 한다.

한글 낱자도 94자 중 51자만 있어 자음 하나를 크게 세우는 그래픽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파일 크기는 186KB 다.

라이선스는 어디까지 허용하나

검은고딕은 SIL Open Font License 1.1 로 배포된다. 획획클럽은 인쇄·웹·영상·패키지·BI/CI 다섯 매체를 모두 사용 가능으로 정리했고, 근거는 Google Fonts 가 제공하는 라이선스 원문이다. OFL 이 금지하는 것은 폰트 파일 자체를 상품으로 파는 행위이지 그 폰트로 만든 결과물이 아니다.

다만 이 글을 법률 판단의 근거로 삼지는 말자. 특히 로고나 상표처럼 권리가 오래 남는 작업이라면 폰트 라이선스와 상표법 심사가 별개라는 점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획획클럽 검은고딕 상세 페이지에 매체별 판정과 공식 원문 링크를 걸어 두었다.

정리

검은고딕은 «크게, 짧게, 한글로» 라는 조건에서 가장 강하다. 한글이 좁아 한 줄에 많이 들어가고, 숫자가 등폭이라 가격이 흔들리지 않는다. 대신 커닝이 없어 큰 제목에서는 손이 가고, 유럽어 문자는 거의 없으며, 본문에는 쓸 수 없다.

BLACK FRIDAY 2026 검은고딕

제목용 서체는 시안에 얹어 보기 전까지 크기 감각이 잡히지 않는다. 획획클럽에서 배너 이미지 위에 올려 두고 다른 굵은 서체와 번갈아 비교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