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한나체 Pro 리뷰 — 「Pro」가 더한 것과 줄 높이 1.03의 의미
배달의민족 한나체 Pro 의 「Pro」는 글자 수 확장도 자간 개선도 아니다. 잘 쓰지 않는 음절 자리에 숨겨 둔 음식 그림이다. 줄 높이 1.03, 다섯 서체 중 가장 작은 자소, 좁은 자폭을 실측으로 확인하고 라이선스 확인 지점까지 정리했다.
다루는 폰트 · 배달의민족 한나체 Pro

배달의민족 한나체 Pro는 우아한형제들이 무료로 배포하는 제목용 한글 서체다. 배달 앱과 광고에서 익숙해진 그 글자꼴이고, 지금은 브랜드를 떠나 널리 쓰인다.
이 서체를 고를 때 알아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이름에 붙은 «Pro» 가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파일을 열어 재면 나오는 극단적인 숫자 하나다. 그 둘을 알면 어디에 쓰고 어디에 쓰면 안 되는지가 정리된다.
먼저 눈으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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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에서 온 글자, 그리고 「Pro」가 숨겨 둔 것
한나 계열의 출발점은 2012년 무렵의 배달의민족 한나체다. 공식 설명이 밝히는 모티프는 아크릴 판 위에 시트지를 붙여 칼로 잘라 낸 1960~70년대 간판이다. 삐뚤빼뚤한 느낌이 남은 것이 의도된 조형이다. 이름 «한나» 는 창업자의 첫째 딸 이름에서 왔다고 알려져 있고, 2015년에 산돌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자간과 글자 폭을 다듬은 «한나는열한살체» 가 나왔다.
여기까지가 배경이다. 흔히 오해하는 것과 달리 Pro 는 글자 수를 늘린 판도, 자간을 개선한 판도 아니다. 공식 설명이 말하는 Pro 의 정체는 하나뿐이다.
한글 조합은 되지만 실제로는 잘 쓰이지 않는 글자를 음식 이미지로 대체한 서체.
즉 «귴» 처럼 칠 수는 있어도 아무도 쓰지 않는 음절 자리에 음식 그림이 들어 있다. 타이핑하다 그런 조합을 만나면 글자 대신 그림이 튀어나온다. 2018년에 나왔고, 파일에는 제작사로 산돌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로 우아한형제들의 임철준·이소영과 산돌의 강주연이 적혀 있다.
실무자에게 이것이 뜻하는 바는 명확하다. Pro 를 고르는 이유는 «더 완성도 높은 한나체» 여서가 아니다. 골격은 기존 한나 계열과 같고 다르게 얻는 것은 숨은 그림인데, 그 그림은 정상적인 한국어 문장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줄 높이 1.03 — 이 값이 성격의 나머지 절반이다
폰트 파일에는 «줄 간격을 지정하지 않았을 때 얼마로 잡을 것인가» 가 적혀 있다. 한나체 Pro 는 그 값이 글자 크기의 1.03배다.
다른 서체와 견주면 얼마나 극단적인지 드러난다. 함렛 1.448배, 본명조 1.437배, 마루부리 1.345배, 검은고딕 1.25배, 한나체 Pro 1.03배다. 48px 제목을 두 줄로 쓸 때 함렛은 줄 간격이 69.5px 인데 한나체 Pro 는 49.4px 다. 글자 높이와 줄 간격이 사실상 같다는 뜻이다.
제목 조판에서는 이것이 장점이다. 두세 줄짜리 문구가 빈틈없이 쌓여 하나의 덩어리처럼 읽히고, 포스터나 배너에서 «글자로 면을 만드는» 표현이 손대지 않아도 나온다.
본문에서는 정반대다. 16px 본문에 줄 높이를 지정하지 않으면 16.5px 로 잡혀 줄이 맞붙는다. 조금이라도 긴 문장에 쓴다면 줄 높이를 1.6 이상으로 직접 지정하는 것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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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크기에서 가장 작게 보인다
두 번째 특징은 글자가 작게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한글 '한' 의 잉크 높이가 0.730em 으로 다섯 서체 중 가장 낮다. 검은고딕과 마루부리는 0.780em, 본명조는 0.853em 이다. 라틴은 차이가 더 크다. 소문자 x 높이가 0.426em 인데 검은고딕은 0.600em 이니 1.4배 차이다.
실무에서 이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다. 같은 크기 값을 줘도 한나체 Pro 만 작아 보인다. 시안에서 서체를 갈아 끼우며 비교할 때 이 점을 모르면 «생각보다 약하다» 는 잘못된 결론에 이른다. 시각적 크기를 맞추려면 한두 단계 키워야 한다.
하나 더 있다. 라틴 대문자와 소문자가 베이스라인 아래로 0.050em 내려가 있어 한글과 영문을 섞으면 영문이 조금 아래에 걸린다. 간판 글씨의 인상과 이어지고 크게 쓸수록 눈에 띈다.
가로도 조여져 있다
한글 한 글자의 평균 폭은 0.855em 으로 검은고딕(0.837em) 다음으로 좁고 마루부리(0.970em)보다 조여져 있다. 라틴은 Hamburgefonstiv 열다섯 자가 7.551em 으로 다섯 서체 중 가장 좁다.
좁은 폭과 낮은 줄 높이가 겹친 결과는 뚜렷하다. 가로로도 세로로도 빽빽하게 쌓이는 글자다. 세로로 긴 배너, 모바일 카드, 컵홀더나 포장지처럼 면적이 한정된 자리에 강하다.
맞는 자리와 피할 자리
맞는 자리는 분명하다. 짧은 문구를 크게 쓰는 제목, 말을 건네는 듯한 카피, 브랜드 광고와 굿즈, SNS 카드처럼 목소리가 드러나야 하는 자리다.
피할 자리도 그만큼 분명하다.
- 긴 본문 — 굵기가 하나뿐이라 강조를 만들 수단이 크기와 색밖에 없다.
- 중립적이어야 하는 화면 — 인상이 강해 금융·의료·공공 정보처럼 목소리가 드러나면 안 되는 자리와는 맞지 않는다.
- 다른 브랜드의 정체성 자리 — 인지도가 높아 «어디서 본 글씨» 라는 반응이 먼저 온다. 배달·음식 업종이라면 더욱 그렇다.
조판 기능은 세 가지이고 커닝과 문맥 대체가 포함된다. 기능이 하나도 없는 검은고딕과 달리 큰 제목에서도 글자 사이가 비교적 고르게 떨어진다.
굵기 하나, 그리고 실제로 그려지는 파일
한나체 Pro 는 굵기 400 한 종으로 배포된다. 위계를 만들 여지가 없으니 처음부터 «제목 한 덩어리» 로 설계에 넣는 편이 낫다.
여기서 구분해 둘 것이 있다. 획획클럽이 그리는 파일은 상용 한글 2,350자를 포함한 2,578자짜리 웹폰트 서브셋이다. 앞서 말한 음식 그림은 상용 밖의 음절에 있으므로 이 파일에서는 대부분 볼 수 없다. 숨은 그림을 보려면 공식 배포처에서 원본을 받아야 한다.
서브셋은 다른 데서도 영향을 준다. 악센트가 붙은 확장 라틴은 96자 중 39자뿐이라 외국어 표기가 섞이면 미리 찍어 봐야 하고, 한글 낱자도 94자 중 51자다. 대신 파일 크기가 109.1KB 로, 같은 방식으로 서브셋한 마루부리(162.6KB)보다 가볍다.
라이선스 — 두 문서를 함께 읽어야 한다
배달의민족 글꼴은 공식 페이지가 라이선스를 두 층으로 제시한다. 하나는 우아한형제들의 자체 라이선스 정책문, 다른 하나는 그 아래 함께 게시된 SIL Open Font License 1.1 전문이다. 어느 한쪽만 보고 «자체 라이선스» 라거나 «그냥 OFL» 이라고 정리하면 둘 다 절반만 맞는 말이 된다.
정책문이 밝히는 범위는 넓다. 획획클럽도 다섯 매체를 모두 사용 가능으로 정리했고, 정책문에는 간판·현수막·브로슈어·명함·웹페이지·앱 UI·영상 자막·컵홀더·쇼핑백, 로고와 마크까지 열거돼 있다. 금지되는 것은 폰트 파일 자체를 유료로 판매하는 행위다.
실무자가 놓치기 쉬운 조항이 둘 있다. 첫째, 정책문에는 글꼴을 쓴 인쇄물·광고물의 이미지가 회사의 자료 수집 및 연구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있고 원치 않으면 고객센터에 요청하도록 안내한다. 둘째, 파일에는 «BM HANNA Pro» 가 우아한형제들의 등록상표라는 표기가 있다. 상표 등록 가부는 폰트 라이선스와 별개의 심사다.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다. 실제 적용 전에는 획획클럽 배달의민족 한나체 Pro 상세 페이지에서 매체별 판정과 공식 안내 원문을 직접 확인하자.
정리
한나체 Pro 를 두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Pro» 가 더한 것은 완성도가 아니라 잘 쓰지 않는 음절 자리에 숨겨 둔 음식 그림이고, 조판 성격을 정하는 것은 줄 높이 1.03 이다. 위아래로 빽빽하게 쌓이는 제목용 서체이고, 작게 그려져 있어 크게 키워 써야 한다.
한나체 Pro · 배달의민족 · 2026
제목용 서체는 크기와 줄 간격을 만져 봐야 감이 온다. 획획클럽에서 시안 위에 올려 두고 크기를 키워 가며 다른 제목용 서체와 갈아 끼워 보면 이 글의 숫자가 화면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