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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 (Do Hyeon) 리뷰 — 간판에서 온 제목 서체, 89KB로 끝나는 무게

배달의민족 도현체를 실측으로 뜯어봤다. 한글 자폭 0.96em으로 전각보다 좁고 밑동은 0.18em 깊다. 파일은 89KB. 획획클럽이 제목 자리에 실제로 쓰고 있는 서체이기도 하다. 강점과 한계, OFL 라이선스까지 정리했다.

다루는 폰트 · 도현 (Do Hyeon)

도현 (Do Hyeon)은 지금 보고 있는 화면과 무관하지 않은 서체다. 획획클럽은 제목 자리에 쓰는 서체로 도현을 쓰고 있다. 매일 얼굴을 보는 서체를 실측으로 다시 뜯어보면 «왜 이게 제목에는 되는데 본문에는 안 되는가» 가 숫자로 설명된다.

도현은 무료 제목용 한글 서체를 찾을 때 거의 항상 후보에 오른다. 굵고, 각지고, 어디서 본 듯 친숙하다. 그 친숙함에는 이유가 있는데 출발점이 간판 글씨이기 때문이다.

먼저 견본이다. 아래 문단은 도현으로 그려진다.

오늘 저녁, 뭐 먹지

아크릴판을 잘라 만든 옛 간판에서

도현은 우아한형제들이 2015년에 무료로 배포한 서체로, 한나체(2012)와 주아체(2014)에 이은 세 번째 배달의민족 서체다. 아크릴판을 오려 붙여 만들던 옛 간판 글씨를 모티프로 삼았다. 서체 이름은 회사 구성원의 자녀 이름에서 왔는데, 전 직원 제비뽑기로 정했다는 일화가 함께 알려져 있다.

폰트 파일 안의 저작권 표기는 2015년 산돌커뮤니케이션이고, 지금은 구글 폰트를 통해 오픈 폰트 라이선스로 배포된다. 브랜드가 자기 정체성을 담아 만든 서체를 조건 없이 풀어 놓은 사례로, 출판·방송·광고까지 넓게 쓰이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전각이 아닌 한글, 그리고 깊은 밑동

가장 눈에 띄는 값은 한글 자폭이다. 글자 '한' 의 진행폭이 0.960em 으로 전각(1.000em)보다 4% 좁다. 별것 아닌 듯하지만 글자 수가 많은 제목에서는 차이가 누적된다. 공백을 뺀 한글 열한 자를 늘어놓으면 도현은 10.56em, 여기어때 잘난체는 11.0em 을 차지한다. 긴 제목을 한 줄에 담아야 한다면 이 4%가 줄바꿈 여부를 가른다.

세로 방향은 반대로 후하다. '한' 의 잉크가 기준선 아래로 0.180em 까지 내려간다. 잘난체가 0.076em 인 것과 견주면 두 배가 넘는 깊이다. 위아래 배분도 0.80 대 0.40 으로 아래쪽을 넉넉히 잡았다. 실무적으로는 «아래 여백을 얕게 잡으면 받침이 잘린다» 는 뜻이라, 이미지 위에서 바닥선에 딱 붙이면 받침 끝이 경계에 닿는다.

라틴은 중간 정도다. x-height 0.485, 대문자 높이 0.700. 잘난체(0.603 / 0.823)보다 확연히 작으므로 한글과 영문을 한 줄에 섞으면 영문 쪽이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들어간다. 브랜드명이 영문이라면 영문만 한두 단계 키워 눈으로 맞추는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파일은 가볍다. 91,316바이트, 약 89KB 다. 같은 상용 2,350자를 담고도 잘난체(약 199KB)의 절반이 안 된다. 획이 단순하고 곡선 처리가 적다는 설계 성격이 파일 크기로 드러난 셈이다.

대신 비어 있는 것도 있다. 이 파일에는 오픈타입 기능 테이블이 하나도 없다. 커닝 정보도 없다는 뜻이다. 한글은 자폭이 고정된 설계라 티가 잘 나지 않지만, 영문 대문자 조합에서는 글자 사이가 어색하게 벌어져 보일 수 있다. 큰 영문 헤드라인에 쓸 계획이라면 자간을 손으로 잡을 각오를 하는 편이 좋다.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노포의 간판 글씨 그대로

짧게 외칠 때 가장 좋다

도현이 잘 맞는 자리는 카드뉴스 제목, 영상 썸네일, 배너 문구, 메뉴판, 가격표처럼 짧고 굵게 끝나는 텍스트다. 원래 간판 글씨에서 왔으니 상업 공간의 인쇄물과도 잘 붙는다. 획획클럽 카탈로그가 붙여 둔 태그도 레트로·강한, 그리고 제목·포스터·카드뉴스다.

피해야 할 자리는 긴 본문과 작은 캡션이다. 굵기가 한 종류뿐이라는 점이 더 큰 제약인데, 굵기로 위계를 만들 수 없으니 제목·소제목·본문을 전부 도현으로 쓰면 화면이 평평해진다. 도현은 가장 위 한 단계에만 두고 나머지는 굵기가 여러 단계 있는 본문용 고딕에 맡기는 조합이 안전하다. 획획클럽 화면도 그렇게 쓰고 있다.

담긴 글자와 굵기

서빙 파일에는 2,578개 문자가 들어 있고 KS X 1001 상용 한글 2,350자는 완비돼 있다. 라틴 기본은 95자 중 94자, 확장 라틴은 96자 중 39자다. 카탈로그가 안내하는 배포판 문자 수와 숫자가 조금 다른데, 시뮬레이터가 내려받는 파일이 웹용 서브셋이기 때문이다.

굵기는 400 한 종류다. 굵게 처리를 걸면 없는 굵기를 브라우저가 흉내 내며 모서리가 뭉개진다. 도현으로 강조를 만들고 싶다면 크기를 키우는 쪽이 결과가 깔끔하다.

오픈 폰트 라이선스 — 문이 넓다

도현은 SIL 오픈 폰트 라이선스 1.1로 배포된다. 매체별 신호등에서 인쇄물, 웹, 영상, 상품 패키지, BI·CI 가 모두 허용으로 표시되고 웹폰트 임베딩과 자체 서버 호스팅도 가능하다. 금지되는 것은 폰트 파일 자체를 단독 상품으로 판매하는 행위, 그리고 수정본을 재배포하면서 원래 이름을 그대로 쓰는 행위다.

로고나 상표를 염두에 둔다면 이 점이 실질적인 차이가 된다. 오픈 폰트 라이선스가 제한하는 대상은 폰트 소프트웨어의 배포이지 출력물이 아니어서, 로고 제작이나 상표 출원 자체를 라이선스가 막지 않는다. 상표 등록 가부는 상표법상 별개 심사라는 점은 그대로지만, 라이선스 원문에서 CI·BI 상표 등록을 명시적으로 막아 둔 여기어때 잘난체와는 출발선이 다르다.

물론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다. 최종 판단은 배포처의 라이선스 원문으로 해야 한다. 도현 상세 페이지에 매체별 허용 범위와 공식 배포처 링크를 정리해 두었다.

정리

도현은 짧은 제목을 굵게 외치는 데 특화된 서체다. 자폭이 좁아 긴 제목을 담기 유리하고, 파일이 가벼우며, 라이선스가 넓다. 대신 굵기가 하나뿐이고 커닝 정보가 없으며 밑동이 깊다. 이 세 가지를 감안한 자리에 놓으면 오래 써도 지치지 않는다.

배달은 빠르게, 글자는 굵게

후보를 좁혔다면 시안 위에 얹어 보는 단계가 남는다. 4%의 자폭 차이와 깊은 밑동이 레이아웃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화면에서 가장 빨리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