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렛(Hahmlet) 폰트 리뷰 — 옛 영화 포스터에서 되살린 무료 명조, 실측으로 뜯어봤다
함렛은 20세기 중반 영화 포스터의 간판 글씨에서 출발한 무료 명조다. 한글을 먼저 완성하고 라틴을 뒤따라 그린 서체답게 한글은 좁고 라틴은 넓다. 웹폰트 파일을 직접 열어 잰 자폭·줄 높이·지원 문자와 OFL 라이선스 확인 지점을 정리했다.
다루는 폰트 · 함렛 (Hahmlet)

함렛(Hahmlet)은 획의 굵고 가는 대비가 뚜렷한 무료 명조 계열 서체다. 한글과 라틴을 한 패밀리에 담았고, SIL Open Font License 1.1 로 공개돼 있다. 옛 영화 포스터에 그려진 제목 글자를 되살려 만든 서체다.
무료 명조를 찾다 보면 후보가 금세 몇 종으로 좁혀진다. 본명조, 나눔명조, 마루부리, 그리고 함렛이다. 그 안에서 함렛을 고를 이유는 인상이 아니라 숫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아래 내용은 획획클럽이 실제로 서빙하는 함렛 웹폰트 파일을 직접 열어 잰 값을 근거로 삼았다.
먼저 눈으로 확인하는 편이 빠르다. 다음 문단은 함렛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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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영화 포스터의 간판 글씨에서 되살렸다
함렛은 하이퍼타입(Hypertype)의 함민주와 마크 프롬베르크(Mark Frömberg)가 만들었다. 출발점은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햄릿」의 포스터다. 이름이 남지 않은 간판 화가가 그린 제목 글자를 되살리는 부흥 프로젝트로 시작했고, 뾰족하게 각이 선 획의 디테일을 오늘의 조판 환경에서 견디는 형태로 다시 그렸다.
포스터의 연대는 제작사 설명 안에서도 갈린다. 영문 설명은 1940년대라고 적고 같은 문서의 국문 설명은 1950년대라고 적는데, 어느 쪽에도 근거가 붙어 있지 않다. 이 글에서는 «20세기 중반» 정도로만 두겠다.
작업 순서는 분명하게 밝혀져 있다. 한글을 먼저 완성한 뒤, 그 특징을 라틴으로 옮기는 작업이 뒤따랐다. 라틴은 마크 프롬베르크가 맡았고, 제작사는 함렛을 한글과 라틴을 함께 쓰는 조판에 쓸 것을 권한다. 이 순서를 알고 나면 다음 장의 실측값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 보인다.
저작권 표기는 2020년이고 지금 배포되는 버전은 1.002 다. 하나 덧붙이면 제작사가 쓰는 국문 표기는 «함렡» 이다. 폰트 파일 안의 한국어 이름도 그렇게 적혀 있다. 널리 쓰이는 «함렛» 과 함께 알아 두면 검색할 때 도움이 된다.
대비를 숫자로 옮겨 보면
함렛의 성격은 폭에서 먼저 드러난다. 라틴 표본 Hamburgefonstiv 열다섯 자를 재면 글자 크기의 8.681배를 차지한다. 같은 표본이 본명조에서는 8.536배, 마루부리에서는 7.951배다. 세 명조 중 라틴이 가장 넉넉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한글은 좁다. 한글 열한 자를 이어 재면 한 글자 평균 0.930em 이고, 본명조는 0.966em, 마루부리는 0.970em 이다. 정리하면 함렛은 한글을 조여 두고 라틴을 벌려 둔 조합이다. 이 비율이 실무에서 하는 일은 분명하다. 한글과 영문을 한 줄에 섞었을 때 영문이 왜소해 보이는 흔한 문제가 함렛에서는 덜 나타난다. 브랜드명이나 제품명을 영문으로 병기하는 문장이 많다면 이 점이 곧바로 이득이다.
세로 방향은 이렇다. 대문자 H 의 높이가 0.742em, 소문자 x 가 0.492em, 한글 '한' 의 잉크 높이가 0.796em 이다. 한글은 베이스라인 아래로 0.103em 만큼 내려가는데, 마루부리(0.150em)보다 얕고 본명조(0.078em)보다는 깊다. 밑줄이나 배경 박스를 글자에 바짝 붙일 때 아래쪽 여백을 얼마나 둘지가 이 값에서 갈린다.
줄 간격을 지정하지 않으면 벌어진다
함렛에서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값은 줄 높이다. 파일이 선언한 기본 줄 높이는 글자 크기의 1.448배로, 이 글에서 다루는 다섯 서체 중 가장 크다. 본문을 16px 로 두고 line-height 를 건드리지 않으면 줄 간격이 23.2px 로 잡힌다는 뜻이다.
이 자체가 나쁜 값은 아니다. 문제는 «의도하지 않은 채로»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페이지에서 고딕 본문과 함렛 인용문을 나란히 쓰면 두 블록의 줄 간격이 저절로 어긋난다. 함렛을 쓸 때는 줄 높이를 숫자로 명시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읽는 속도가 느려지는 지점을 찾아 문단을 다시 나눴다. 2026년 개정판 서문.
숫자가 많은 글에 강하다
함렛에는 조판 기능이 열 가지 들어 있다. 그중 눈여겨볼 것은 tnum 과 pnum 이 함께 있다는 점이다. 숫자를 같은 폭으로 세로줄 맞춰 쓸 수도 있고, 글자마다 어울리는 폭으로 흘려 쓸 수도 있다는 뜻이다. 분자·분모용 글리프(numr·dnom)도 들어 있어 분수 표기가 어색하게 깨지지 않는다.
숫자 열 자를 이어 재면 6.041em 으로, 본명조(5.483em)나 마루부리(5.484em)보다 10% 남짓 넓다. 가격표, 통계가 섞인 리포트, 연도와 수치가 자주 등장하는 에디토리얼처럼 숫자가 문장에 계속 끼어드는 글이라면 함렛이 그 숫자를 또렷하게 받아 준다.
반대로 피할 자리도 분명하다. 획의 굵고 가는 차이가 큰 서체는 작은 크기에서 가는 획이 먼저 흐려진다. 12px 안팎의 캡션이나 표 안쪽 글씨, 저해상도 화면에 걸리는 UI 레이블에는 권하지 않는다. 그런 자리는 획 굵기가 고른 고딕에 맡기고, 함렛은 제목과 본문 단락에 두는 편이 낫다.
굵기 표기와 실제로 받는 파일
여기서 짚어야 할 구분이 하나 있다. 함렛의 원본 패밀리는 100부터 900까지 아홉 단계를 제공한다고 카탈로그에 적혀 있지만, 획획클럽 시뮬레이터가 내려받는 웹폰트 자산은 굵기 400 하나짜리 정적 파일이다. 파일 안에 굵기를 연속으로 움직이는 축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실측으로 확인했다. 화면에서 굵기를 비교하려면 원본 배포처에서 각 굵기를 따로 받아야 한다.
문자 지원은 이렇다. 이 파일은 3,114자를 그릴 수 있고 그중 현대 한글 음절이 2,788자다. KS X 1001 상용 한글 2,350자는 빠짐없이 들어 있으니 일상적인 한국어 문장에서 글자가 빠질 일은 드물다. 다만 한글 음절 전체(11,172자)를 덮지는 않으므로 옛 인명이나 희귀 표기가 들어가는 원고라면 미리 확인하는 편이 좋다.
라틴 쪽은 넉넉하다. 기본 라틴 95자와 라틴-1 보충 96자를 모두 갖추고 있어 프랑스어·독일어 이름에 붙는 악센트 문자가 깨지지 않는다. 한글 낱자(ㄱ·ㄴ·ㄷ)는 94자 중 93자를 지원한다. 파일 크기는 168.4KB 로, 같은 배포처에서 받은 본명조(948.7KB)와 비교하면 웹폰트로 얹기에 훨씬 가볍다.
라이선스: 무엇이 열려 있고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함렛은 SIL Open Font License 1.1 로 배포된다. 획획클럽은 인쇄·웹·영상·패키지·BI/CI 다섯 매체 모두를 사용 가능으로 정리해 두었고, 그 근거는 Google Fonts 가 제공하는 라이선스 원문이다. OFL 에서 실질적으로 막히는 것은 폰트 파일 자체를 상품으로 파는 행위이며, 폰트로 만든 결과물의 사용이나 판매는 제한하지 않는다.
다만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다. 로고나 상표처럼 권리가 오래 남는 결과물이라면 폰트 라이선스와 상표법 심사가 별개라는 점을 함께 확인해야 하고, 폰트를 고쳐 재배포할 때는 예약 폰트명 조항이 걸린다. 실제 적용 전에는 획획클럽의 함렛 상세 페이지에서 매체별 판정과 공식 라이선스 원문 링크를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정리
함렛은 «무난한 명조» 가 아니다. 라틴이 넉넉하고 숫자가 또렷하며 줄 간격이 넓게 잡히는, 성격이 분명한 서체다. 한영 혼용이 잦고 수치가 자주 등장하는 긴 글이라면 후보에 올릴 값어치가 있다.
Hahmlet 함렛 · 본문 16px, 줄 높이 1.8
실제로 쓸지 말지는 결국 내 시안 위에 얹어 봐야 안다. 획획클럽에서 지금 보고 있는 디자인에 함렛을 올려 두고, 후보 명조들과 한 글자씩 갈아 끼워 비교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