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어때 잘난체 리뷰 — 같은 크기에서 가장 크게 보이는 무료 제목 서체
여기어때 잘난체를 실측값으로 뜯어봤다. x-height 0.603으로 비교군 20종 중 가장 크고, 한글은 정확히 전각 고정폭이다. 제목에서의 강점과 본문에서의 약점, 상표 등록을 막아 둔 라이선스 조항까지 정리했다.
다루는 폰트 · 여기어때 잘난체

제목 한 줄을 얹었을 뿐인데 유난히 크게 보이는 서체가 있다. 여기어때 잘난체가 그렇다. 획획클럽이 실제로 서빙하는 렌더링 파일 20종을 같은 방법으로 재 봤더니, 잘난체의 x-height 는 em 대비 0.603 으로 20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소문자와 글자 몸통이 차지하는 높이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제목용 서체를 고르는 일은 결국 «정해진 자리에서 얼마나 크게 말할 것인가» 를 고르는 일이다. 배너나 썸네일처럼 판이 이미 정해진 화면에서는 글자 크기를 키울 여지가 없으니, 같은 크기에서 더 크게 보이는 서체가 필요해진다.
아래 문단이 잘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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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브랜드가 자기 얼굴로 만들어 풀어 놓은 서체
잘난체는 숙박·여행 플랫폼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여기어때컴퍼니가 2018년에 무료로 공개한 브랜드 전용 서체다. 폰트 파일 안의 제작 정보를 보면 제작사는 산돌이고 상표는 여기어때컴퍼니에 있다. 자사 광고와 앱 화면에 쓰려고 만든 뒤 그대로 풀어 준 서체다.
제작사 소개에 따르면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인상을 네모꼴의 꽉 찬 모듈로 옮긴 설계다. 2023년에는 같은 계열의 «잘난체 고딕» 이 추가돼 이름이 비슷한 파일이 여러 개 돈다. 획획클럽이 내려 주는 파일은 내부 이름이 Jalnan 2 인 판본이니, 직접 받을 때 파일 이름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0.603 이라는 숫자가 화면에서 하는 일
실측값은 이렇다. x-height 0.603, 대문자 높이 0.823. 둘 다 비교군 최상위다. 같은 32px 을 지정해도 글자 몸통이 큼직하게 앉는다. 시안 위에 텍스트를 얹을 때 배경이 복잡할수록 이득이 된다.
한글 자폭은 더 단순하다. 글자 '한' 의 진행폭이 정확히 1.000em, 완전한 전각 고정폭 설계다. 글자 수에 크기를 곱하면 가로 길이가 그대로 나오므로 한 줄에 몇 자가 들어갈지 계산하기 쉽다. 공백 없는 한글 열한 자는 정확히 11.0em 을 차지한다.
숫자도 넉넉하다. 0부터 9까지 열 자의 폭이 6.449em, 한 자 평균 0.645em 이다. 손글씨 계열이 0.34em 안팎인 것과 견주면 두 배 가까이 넓다. 가격·할인율처럼 숫자가 주인공인 카피에서 잘난체가 강한 이유가 여기 있다.
주의할 값도 있다. 이 파일이 선언한 기본 줄 높이는 1.18배로 인상보다 좁다. 글자 몸통은 큰데 줄 간격이 좁으니 두 줄 이상 되는 제목에서 위아래 줄이 밀착해 답답해 보인다. 여러 줄 제목이라면 줄 높이를 1.3 이상으로 직접 지정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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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선 무기, 본문에선 부담
어울리는 자리는 분명하다. 포스터 헤드라인, 광고 배너, 카드뉴스 표지, 영상 썸네일, 가격 강조 문구처럼 «한 번에 읽히고 끝나는» 짧은 문장이다. 획획클럽 카탈로그도 이 서체에 제목·포스터·브랜딩 태그를 달아 두었다.
반대로 본문은 피해야 한다. x-height 가 크고 획이 굵으면 문단 전체의 검은 비중이 높아져, 다섯 줄만 넘어가도 눈이 쉴 곳이 없다. 표 안의 데이터나 캡션처럼 작고 반복되는 텍스트도 마찬가지다.
같은 제목용인 도현과 무엇이 다른가
무료 제목 서체를 고를 때 함께 후보에 오르는 것이 도현이다. x-height 는 잘난체 0.603 대 도현 0.485, 대문자 높이는 0.823 대 0.700 이라 같은 크기면 잘난체가 눈에 띄게 크다. 대신 한글 자폭이 1.000em 대 0.960em 이라 같은 문장이 도현에서 4% 짧게 들어간다. 한 줄로 세게 치고 빠져야 하면 잘난체, 제목 글자 수가 많아 한 줄에 욱여넣어야 하면 도현이다. 파일 크기도 약 199KB 대 약 89KB 로 두 배 넘게 차이 난다.
굵기는 하나, 글자는 2,558자
서빙 파일에는 2,558개 문자가 담겨 있고 KS X 1001 상용 한글 2,350자는 빠짐없이 들어 있다. 현대 한글 음절 전체 11,172자 기준으로는 일부라, 흔치 않은 음절이 섞인 이름은 다른 서체로 대체된다. 라틴 기본은 95자 중 94자를 채우지만 악센트가 붙은 확장 라틴은 96자 중 22자에 그쳐, 영어가 아닌 유럽어 표기가 섞이면 그 글자만 빠진다.
굵기는 400 한 종류뿐인데 획이 원래 굵어 이미 볼드처럼 보인다. 여기에 굵게 효과를 한 번 더 걸면 브라우저가 없는 굵기를 흉내 내며 획을 뭉갠다. 강조는 굵기가 아니라 크기와 여백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능 면에서는 커닝과 합자 외에 분수, 위첨자·아래첨자, 세로쓰기 정보까지 갖췄다.
무료지만 상표 등록에는 선이 그어져 있다
잘난체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무료다. 획획클럽이 정리한 매체별 신호등 기준으로 인쇄물, 웹, 영상, 상품 패키지, BI·CI 까지 사용이 허용된다. 폰트 파일을 유료로 판매하거나 임의로 수정·개작해 재배포하는 것만 금지된다.
단 한 줄, 반드시 짚을 조항이 있다. 라이선스 원문이 CI·BI 에 사용할 경우 상표권 등록은 불가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서체로 로고타입을 만들어 상표 출원까지 갈 계획이라면 여기서 멈추고 다른 서체를 찾거나 별도 문의를 거쳐야 한다. 오픈 폰트 라이선스로 배포되는 서체들과 갈리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다.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다. 적용 전에는 배포처가 공개한 라이선스 전문을 직접 읽고 판단해야 한다. 여기어때 잘난체 상세 페이지에 매체별 허용 범위와 공식 다운로드 경로를 정리해 두었다.
결국 어떤 상황에 고르면 되나
정해진 크기 안에서 최대한 크게 보여야 하고, 문장이 짧고, 상표 등록 계획이 없다면 손에 꼽을 선택지다. 본문이 길거나 굵기 위계가 필요하면 후보에서 빼는 편이 낫다.
단 하루, 특가 마감 임박
판단이 서지 않으면 같은 문구를 두세 후보로 갈아 끼워 보면 된다. 0.603 의 차이가 무슨 뜻이었는지 화면에서 바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