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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부리 폰트 리뷰 — 네이버가 화면용 본문 글꼴로 만든 명조, 숫자로 확인해 봤다

마루부리는 네이버가 4년에 걸쳐 만든 화면용 본문 명조다. 명조 세 종 중 줄 높이가 가장 낮고 받침이 가장 깊게 내려앉는다. 획 대비를 줄인 이유, 한글은 넓고 라틴은 좁은 비례, 조판 기능 열네 가지와 라이선스 확인 지점을 실측으로 정리했다.

다루는 폰트 · 마루부리

마루부리는 네이버가 무료로 배포하는 명조 계열 서체다. 같은 명조라도 본명조나 함렛과는 조판 성격이 다르고, 그 차이가 «분위기» 가 아니라 파일 안의 숫자에 적혀 있다.

명조를 고를 때 대개 획 모양만 본다. 하지만 작업에서 시간을 잡아먹는 것은 획이 아니라 줄 간격, 한영 크기 차이, 받침이 내려가는 깊이 같은 값이다. 마루부리는 이 세 항목에서 다른 명조와 뚜렷하게 갈린다.

아래 문단이 마루부리다.

화면으로 읽는 글에도 종이의 호흡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화면용 본문 글꼴」을 목표로 4년

마루부리는 네이버가 2018년에 시작한 «마루 프로젝트» 의 결과물이다. 총괄 디렉터는 안상수, 제작은 AG 타이포그라피연구소가 맡았다. 2020년 한글날에 시험판 한 종을 내고 2021년 한글날에 다섯 종의 완성본을 배포했으며, 네이버는 이 과정에 약 6만 명이 참여했다고 밝힌다.

목표는 짧고 분명하다. «화면용 본문 글꼴» 이다. 읽을 때 가독성은 높이고 피로감은 줄이며, 민부리(고딕)로 채워진 화면에 부리 계열의 온기를 더한다는 것이다. 뿌리는 최정호의 부리체 계열에 둔다고 명시한다.

화면을 위해 무엇을 바꿨는지도 공개돼 있다. 인쇄용 명조는 착시를 보정하려고 가로 줄기를 아주 얇게 그리는데, 화면에서는 그 획이 먼저 흐려진다. 그래서 마루부리는 가로와 세로 획의 대비를 줄였다. 공식 자료는 인쇄용이 대략 1:0.5 인 데 비해 마루부리는 약 1:0.7 이라고 적는다. 획 대비를 성격으로 삼은 함렛과 반대 방향의 선택이다.

라틴 역시 한글에 맞추는 쪽으로 설계했다고 밝힌다. 개럴드와 베네치안 올드스타일을 재해석하되 x-높이·베이스라인·대문자 높이를 한글과 어울리는 구조로 잡았다는 서술이다.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적용처로는 네이버 스마트에디터 ONE 과 네이버 시리즈 노블 뷰어가 있고, 타이포잔치 2021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의 공식 서체로도 쓰였다. 네이버 표기는 «마루 부리» 로 띄어 쓴 형태다.

명조인데 줄이 덜 벌어진다

마루부리 파일이 선언한 기본 줄 높이는 글자 크기의 1.345배다. 함렛은 1.448배, 본명조는 1.437배다. 16px 본문으로 환산하면 마루부리 21.5px, 함렛 23.2px 로 한 줄에 1.7px 차이다. 스무 줄이면 34px, 화면 한 뼘이 달라지는 값이다.

이 값이 낮은 이유는 배분에 있다. 베이스라인 위로 잡아 둔 공간이 0.965em 으로 함렛(1.16em)보다 작은 대신, 아래로 잡아 둔 공간이 0.380em 으로 가장 크다. 위를 줄이고 아래를 늘린 설계다.

실제 글자도 그렇게 생겼다. 한글 '한' 은 베이스라인 아래로 0.150em 까지 내려간다. 본명조는 0.078em, 함렛은 0.103em 이니 마루부리가 가장 깊다. 실무에서는 글자 아래에 밑줄이나 배경 박스를 바짝 붙일 때 이 값을 기억해야 한다. 다른 명조와 같은 여백을 주면 마루부리에서만 받침이 닿는다.

줄 높이가 환경마다 달라지지 않는다

폰트 파일에는 줄 높이 계산용 수치가 여러 벌 들어 있고 앱마다 어느 벌을 읽는지가 다르다. 그래서 같은 폰트가 브라우저와 편집 도구에서 다른 줄 간격으로 보이기도 한다.

마루부리는 이 세 벌이 전부 같다. 어느 쪽을 읽어도 0.965 와 0.380 이 나온다. 함렛과 본명조는 그렇지 않아 읽는 쪽에 따라 줄 높이가 1.44배로도 1.0배로도 계산될 수 있다. 웹과 인쇄 시안을 오가는 작업이라면 마루부리 쪽이 예측 가능하다.

봄호 특집 · 4월 12일 발행 · 전 24면

한글은 가장 넓고 라틴은 가장 좁다

가로 폭에서도 마루부리는 극단에 있다. 한글 한 글자 평균 폭이 0.970em 으로 다섯 서체 중 가장 넓다. 반면 라틴 표본 Hamburgefonstiv 는 7.951em 으로 명조 세 종 중 가장 좁다.

앞서 본 «라틴을 한글에 맞췄다» 는 설명이 여기서 숫자로 드러난다. 대문자 높이 0.655em, 소문자 x 높이 0.467em 모두 세 명조 중 가장 낮다. 라틴이 튀지 않도록 눌러 둔 비례다.

그래서 한글과 함께 쓸 때는 자연스럽지만 라틴만 크게 뽑아 쓰면 작고 좁아 보인다. 영문 위주의 로고 타입이라면 영문을 한두 단계 키우거나 라틴을 별도 서체로 지정하는 편이 낫다.

거꾸로 한글만 쓰는 긴 본문에서는 이 넓은 자폭이 장점이다. 글자마다 속공간이 넉넉해 작은 크기에서도 자소가 뭉치지 않는다.

조판 기능이 유난히 많다

마루부리 파일에는 조판 기능이 열네 가지 들어 있다. 다섯 서체 중 가장 많고, 검은고딕(0가지)이나 배달의민족 한나체 Pro(3가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 분수 표기와 분자·분모 글리프 — 레시피·치수·통계가 들어가는 원고에서 1/2 이 어색해지지 않는다.
  • 위·아래 첨자 글리프 — 각주 번호와 화학식·단위 표기를 폰트가 직접 그린다.
  • 전각 폭 대체 — 숫자와 문장부호를 한글 칸에 맞춰 정렬할 수 있다.
  • 세로쓰기 대체 글리프 — 세로 조판에서 괄호·쉼표가 제자리를 찾는다.

이 목록은 마루부리가 제대로 짜인 본문을 상정하고 만들어졌음을 보여 준다. 에디토리얼·사보·단행본 형식의 웹 콘텐츠에 맞는다.

피해야 할 자리

명조 공통의 약점도 있다. 소문자 x 높이가 0.467em 으로 다섯 서체 중 가장 낮아 작은 글씨의 라틴이 먼저 흐려진다. 12px 이하의 캡션이나 영상 자막처럼 작고 빠르게 지나가는 글자에는 권하기 어렵다.

낱자 표기에도 제약이 있다. 한글 자모 94자 중 51자만 들어 있어 초성 검색 UI 나 «ㄱ·ㄴ·ㄷ» 인덱스처럼 낱자를 찍는 화면에서는 일부가 빠진다. 그런 화면은 고딕에 맡기는 편이 안전하다.

굵기 다섯 단계와 지원 문자

마루부리는 200·300·400·600·700 다섯 굵기로 배포된다. 중간값 500이 없다. 본문 400과 강조 600의 차이가 곧바로 눈에 띄어 위계를 만들기에는 오히려 편하다. 시뮬레이터가 그리는 자산은 400 한 종이다.

문자 지원은 총 2,633자, 그중 한글 2,350자다. KS X 1001 상용 한글을 정확히 덮으므로 일반적인 문장에서 글자가 빠지는 일은 드물지만, 한글 음절 전체를 담는 본명조와 달리 희귀한 인명·지명은 확인이 필요하다. 라틴 기본과 라틴-1 보충은 대부분 갖췄고 파일 크기는 162.6KB 다.

라이선스 확인 지점

마루부리는 네이버가 자체 배포하는 무료 글꼴이며, 획획클럽은 인쇄·웹·영상·패키지·BI/CI 다섯 매체를 모두 사용 가능으로 정리했다. 근거는 네이버가 공개한 글꼴 라이선스 안내이고, 판정 메모에는 라이선스 전문을 넣기 어려우면 출처 표기를 권장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실측으로 확인한 사실을 덧붙인다. 함렛이나 본명조는 폰트 파일 안에 라이선스 이름과 주소가 박혀 있는데, 마루부리 파일에는 그 칸이 비어 있다. 근거 문서가 파일 밖에 있다는 뜻이니, 조건을 확인할 때는 파일이 아니라 네이버 공식 안내를 봐야 한다.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다. 로고·상표처럼 권리가 오래 남는 결과물이나 폰트 파일을 다른 소프트웨어에 넣어 재배포하는 경우에는 조건이 달라질 수 있으니 반드시 원문을 확인하자. 획획클럽 마루부리 상세 페이지에서 매체별 판정과 네이버 공식 안내 링크를 함께 볼 수 있다.

정리

마루부리는 줄이 덜 벌어지고 받침이 깊게 내려앉는, 한글이 넓고 라틴이 좁은 명조다. 이 성격은 한글 위주의 긴 글에서 장점이 되고 한영 혼용 제목에서는 손이 더 간다. 조판 기능이 많아 제대로 짜인 글에서 값어치가 있다.

마루부리 MaruBuri · 본문 17px 기준

명조 세 종은 나란히 놓으면 성격이 곧바로 갈린다. 획획클럽에서 같은 문구로 마루부리·본명조·함렛을 갈아 끼워 보면 이 글의 숫자가 한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