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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손글씨 붓 리뷰 — 공모전에서 뽑힌 손글씨가 서체가 되기까지

네이버가 2010년에 공개한 나눔손글씨 붓을 실측으로 살펴봤다. 글자가 베이스라인 위로 떠오르는 조형, 한 글자 평균 0.648em의 좁은 자폭, 환경에 따라 갈리는 줄 높이까지. 같은 붓 계열인 배달의민족 을지로체와 나란히 놓고 차이를 짚었다.

다루는 폰트 · 나눔손글씨 붓

나눔손글씨 붓은 이름 그대로 붓펜으로 쓴 필기를 옮긴 서체다. 네이버가 2010년에 공개했고, 나눔글꼴 시리즈 가운데 손글씨 계열에 속한다. 무료 한글 서체 중에서도 오래된 축에 들지만 여전히 감성 카피와 캘리그래피 제목 자리에서 자주 불려 나온다.

다만 이 서체는 쓰기 쉬운 서체가 아니다. 조금만 길게 쓰면 문장이 흐트러지고, 크기를 줄이면 획이 사라진다. 그 경계가 어디쯤인지 아는 것이 이 서체를 잘 쓰는 요령의 거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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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통의 손글씨에서 걸러진 한 벌

이 서체의 뿌리는 2009년 네이버가 한글날을 기념해 연 손글씨 공모전이다. 3만 통이 넘는 손글씨가 모였고, 그중 대상으로 뽑힌 글씨를 바탕으로 이듬해 서체가 만들어졌다. 폰트 파일이 스스로 밝히는 저작권 표기도 2010년이며, 서체 제작은 산돌이 맡았다.

출발점이 공모전에 응모된 개인의 필기라는 사실은 조형에 그대로 남아 있다. 한 사람이 실제로 붓펜을 쥐고 쓴 리듬이 기준이 되었기 때문에, 글자마다 기울기와 획의 굵기가 다르고 이어 쓰는 맛이 살아 있다. 뒤에서 보겠지만 이 특징은 편의 기능을 포기하는 대가로 얻은 것이다.

글자가 바닥에서 떠오른다

실측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값은 베이스라인과의 관계다. 이 파일에서 소문자 x의 아래쪽 끝은 베이스라인보다 0.113em 에 있고, 대문자 H는 0.173em 위에 있다. 한글 도 0.020em 위다. 글자가 바닥에 닿지 않고 살짝 떠 있는 셈이다.

같은 붓 계열인 배달의민족 을지로체와 비교하면 방향이 정확히 반대다. 을지로체는 H가 0.077em, 한글이 0.131em씩 베이스라인 아래로 파고든다. 간판에 붓으로 그린 글자와 종이에 붓펜으로 글자의 차이가 여기서 갈린다. 을지로체는 판면 아래까지 획을 눌러 채우고, 나눔손글씨 붓은 손목을 들어 올리며 획을 끝낸다.

자폭 차이는 더 크다. 한글 열한 자를 이어 재면 나눔손글씨 붓은 7.130em, 한 글자 평균 0.648em이다. 을지로체의 0.851em보다 24% 가까이 좁다. 라틴 표본 문자열도 5.293em 대 7.933em으로 벌어진다. 파일이 선언한 평균 자폭은 0.330em에 불과하다. 같은 문구를 같은 크기로 놓으면 나눔손글씨 붓 쪽이 확연히 짧게 끝나고, 그만큼 글자 사이가 성글어 보인다.

줄 높이가 환경마다 갈릴 수 있다

실무에서 걸리기 쉬운 지점이 하나 있다. 이 파일은 세로 지표를 두 벌 갖고 있는데 값이 서로 다르다. 한쪽 기준으로 계산하면 줄 높이 기본값이 1.15배이고, 다른 쪽 기준으로는 1.00배다. 어느 쪽을 쓸지 지정하는 스위치도 꺼져 있어서, 브라우저나 편집 프로그램에 따라 줄 간격이 다르게 잡힐 수 있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줄 높이를 직접 지정하면 된다. 기본값에 맡겨 두면 디자인 시안과 실제 화면, 혹은 macOS와 Windows 사이에서 줄 간격이 어긋난 채로 넘어간다.

OpenType 기능도 특이하다. 세로쓰기 변형과 전각·반각 변형 같은 대체 자형은 넉넉히 들어 있어서, 코드포인트 2,577자에 글리프는 3,456개다. 그런데 정작 커닝 정보가 없다. 글자 사이를 좁혀도 폰트가 알아서 보정해 주지 않는다는 뜻이라, 자간 조정은 전부 손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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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쓰고 어디를 피할까

가장 잘 맞는 자리는 짧은 감성 문구다. 카드 인사말, 전시 포스터의 부제, 계절 프로모션의 한 줄 카피, 손편지 느낌을 내야 하는 브랜드 메시지가 그렇다. 다섯에서 열다섯 글자 사이를 큼직하게 쓸 때 가장 좋다.

피해야 할 자리도 분명하다. 본문은 물론이고 버튼 라벨이나 내비게이션 같은 UI 문자열에도 맞지 않는다. 획이 가늘고 끝이 뾰족해서 작은 크기에서 먼저 사라지는 쪽이 이 서체다. 숫자와 표도 마찬가지다. 숫자 열 자가 3.789em으로 매우 좁은 데다 글자마다 폭이 달라 자릿수를 맞출 수 없다.

파일 크기는 364.4KiB다. 짧은 카피 한 줄을 위해 적지 않은 무게이므로, 웹에 올릴 때는 제목 영역에만 쓰고 나머지는 본문 서체에 맡기는 구성을 권한다.

굵기와 담긴 글자

굵기는 400 한 벌뿐이다. 손글씨의 필압이 이미 굵기 변화를 만들고 있어서 별도의 굵은 벌을 두지 않은 설계로 보인다. 굵게 처리가 필요하면 렌더러가 획을 부풀리게 두지 말고, 크기를 키우거나 색 대비를 주는 편이 형태를 덜 망친다.

이 서비스가 서빙하는 파일에는 KS X 1001 상용 한글 2,350자가 모두 들어 있다. 일상적인 한국어 문장은 문제없이 그려지지만, 그 바깥의 드문 음절이 필요한 표기라면 원본 배포처의 전체 문자셋 판본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라틴 기본 94자는 있고, 라틴-1 보충 영역은 38자만 들어 있다.

라이선스와 확인 경로

나눔손글씨 붓은 SIL Open Font License 1.1로 배포된다. 인쇄물과 웹, 영상, 패키지, 로고 제작까지 폰트 라이선스가 막지 않으며, 금지되는 것은 폰트 파일 자체를 단독 상품으로 판매하는 행위다. 서체를 고쳐서 재배포할 때 원래의 예약 폰트명을 쓸 수 없다는 조건도 따라붙는다.

여기 적은 내용은 요약이지 법률 자문이 아니다. 상표 등록은 폰트 라이선스와 별개의 심사이며, 실제로 쓰기 전에 공식 배포처의 원문을 확인해야 한다. 획획클럽의 나눔손글씨 붓 상세 페이지에 매체별 판정과 공식 다운로드 경로가 정리돼 있다.

그해 여름, 우리는 조금 서툴렀다

이 서체는 만능이 아니다. 크기를 줄이면 사라지고, 길게 쓰면 흐트러지며, 자간과 줄 높이를 손으로 잡아 줘야 한다. 대신 짧은 한 줄에서만큼은 사람이 직접 썼다는 인상을 이만큼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선택지가 흔하지 않다. 쓰는 자리를 좁게 잡을수록 좋아지는 서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