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조(Noto Serif KR) 리뷰 — 한글 11,172자를 전부 그리는 무료 명조의 값어치와 대가
본명조는 현대 한글 음절 11,172자를 빠짐없이 담은 무료 명조다. 대신 웹폰트 파일이 948KB로 무겁다. 어도비 Source Han Serif 와의 관계, 자소 크기·줄 높이 실측, 웹에 올릴 때의 대응법과 OFL 라이선스 확인 지점을 정리했다.
다루는 폰트 · 본명조 (Noto Serif KR)

본명조(Noto Serif KR)는 한글 음절 11,172자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그리는 무료 명조다. 무료 한글 서체 중 이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손에 꼽히고, 그 사실 하나가 본명조를 고르거나 포기하는 이유의 대부분을 만든다.
대부분의 무료 한글 폰트는 상용 한글 2,300~2,800자 남짓을 담는다.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 고객 이름 한 글자나 옛 지명 한 글자에서 네모난 빈칸이 튀어나온다. 본명조는 그 사고가 구조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쪽을 택했다. 대신 다른 값을 치른다.
아래 문단이 본명조다.
긴 글은 첫 문장이 아니라 셋째 문단에서 승부가 난다
이름이 셋인 서체 — 본명조·Noto Serif CJK·Noto Serif KR
본명조를 찾다 보면 이름이 여러 개 나온다. 정리하면 이렇다. 본명조는 어도비가 만든 Source Han Serif 의 공식 한국어 이름이고, Noto Serif CJK 는 같은 디자인에 구글 브랜드를 붙인 판이다. 두 판의 차이는 저작권 문자열이나 제작사 식별자 같은 메타데이터 수준이라고 공식 문서가 밝히고 있다. 이 글이 다루는 «Noto Serif KR» 은 그 패밀리에서 한국어용으로 뽑아낸 배포본이다.
첫 발표는 2017년 4월 3일이다. 본고딕(Source Han Sans)의 명조 짝으로 기획됐고, 동아시아 여러 언어를 하나의 디자인 체계 안에서 다루겠다는 목표가 공식 설명에 적혀 있다. 총괄 디자인은 어도비의 니시즈카 료코가 맡았고, 한글은 산돌커뮤니케이션의 박수현이 설계했다.
라틴을 다루는 방식이 특히 눈에 띈다. 공식 문서는 CJK 폰트에서 라틴은 소수이므로 서로 다른 문자를 조화시킬 때는 다수 쪽에 소수를 맞추는 편이 옳지 그 반대가 아니라는 원칙을 그대로 적어 두었다. 실제로 라틴은 Source Serif 에서 파생하되 굵기에 따라 107.5%에서 113.3%까지 키워 한자·한글에 맞췄다. 함렛이 «한글을 완성한 뒤 라틴으로 옮겼다» 면, 본명조는 «라틴 설계 단계에서부터 CJK 에 맞춰 조율했다» 는 차이다.
지금 배포되는 버전은 2.003 으로 2024년 7월에 나왔다. 파일 안의 저작권 표기가 2017년부터 2024년까지로 적혀 있는 것이 그 긴 이력이다.
글자를 크게 그려 둔 명조
실측값부터 보자. 한글 '한' 의 잉크 높이가 0.853em 으로, 함렛(0.796em)이나 마루부리(0.780em)보다 눈에 띄게 크다. 같은 font-size 를 줬을 때 본명조가 가장 큼직하게 보인다는 뜻이다. 라틴도 마찬가지여서 소문자 x 높이가 0.514em 으로 세 명조 중 가장 높다.
대신 아래로는 덜 내려간다. 한글이 베이스라인 밑으로 파고드는 깊이가 0.078em 에 그치는데, 마루부리는 0.150em 까지 내려간다. 두 배 차이다. 결과적으로 본명조의 한글은 베이스라인 위쪽에 몰려 있고 위아래로 꽉 찬 인상을 준다. 받침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느낌이 적어 표나 카드처럼 높이가 정해진 칸에 넣기 좋다.
가로 폭은 한 글자 평균 0.966em 이다. 함렛(0.930em)보다 넓고 마루부리(0.970em)보다 아주 조금 좁다. 즉 본명조는 «크고 넉넉한» 쪽이지, 한정된 폭에 글자를 많이 밀어 넣는 쪽이 아니다. 카드 제목처럼 폭이 고정된 자리에 긴 문구를 앉히면 함렛보다 먼저 줄이 넘어간다.
줄 높이는 지정해서 쓴다
파일이 선언한 기본 줄 높이는 글자 크기의 1.437배다. 16px 본문이라면 23px 로 잡힌다. 함렛(1.448)과는 거의 같고 마루부리(1.345)보다는 확실히 크다. 본문은 어차피 줄 높이를 직접 지정하므로 이 값이 문제 되는 자리는 제목이다. 제목 두 줄이 예상보다 벌어진다면 원인이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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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8KB — 웹폰트로 올리기 전에 계산할 것
한글 전체를 담는 값은 파일 크기로 돌아온다. 획획클럽이 서빙하는 본명조 자산은 948.7KB다. 같은 배포처에서 받은 함렛이 168.4KB, 검은고딕이 186KB 인 것과 비교하면 대략 다섯 배 반이다. 이 파일 하나가 이미지 여러 장 몫의 용량을 차지한다.
그래서 본명조를 웹에 올릴 때는 통째로 얹지 않는 것이 상식적이다. 방법은 셋이다. 문자 범위를 잘라 브라우저가 필요한 조각만 받게 하거나, 원고에 등장하는 글자만 남겨 직접 서브셋을 만들거나, 본문은 가벼운 서체로 두고 본명조는 제목에만 쓰는 것이다.
반대로 인쇄물·PDF·영상 자막처럼 파일 크기가 문제 되지 않는 매체라면 이 단점이 통째로 사라진다. 본명조가 가장 편안한 자리는 사실 화면이 아니라 이쪽이다. 이름을 다루는 문서나 인용이 잦은 글에서 «글자가 없어서 못 쓰는»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대체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세로쓰기 글리프와 조판 기능
본명조 파일에는 조판 기능이 여섯 가지 들어 있는데, 그중 vert·vrt2 는 세로쓰기용 대체 글리프를 다룬다. 세로로 짜면 괄호나 쉼표가 눕는 식으로 자리를 바꾼다는 뜻이다. 세로 조판을 지원하는 편집 도구에서 시집이나 전통적인 편집물을 다룰 때 의미가 있다.
없는 것도 확인해 두자. 이 파일에는 숫자 폭을 고정하는 기능이 들어 있지 않다. 숫자 열 자를 재면 5.483em 으로 함렛(6.041em)보다 좁고, 자릿수를 세로로 맞춰야 하는 표라면 폰트 기능에 기대지 말고 표 자체의 정렬로 해결해야 한다.
굵기 8단계와 지원 문자
본명조 패밀리는 200부터 900까지 여덟 단계를 제공한다. 굵기 계단이 이만큼 촘촘하면 본문·소제목·강조·표제를 색이 아니라 무게로 구분할 수 있다.
단, 획획클럽 시뮬레이터가 내려받는 자산은 굵기 400 한 종의 정적 파일이다. 원본 패밀리가 굵기를 연속으로 조절하는 형태로도 배포되지만, 여기서 화면에 그려지는 파일에는 그 축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실측으로 확인했다. 굵기별 인상을 비교하려면 공식 배포처에서 각각 받아야 한다.
문자 지원은 앞서 말한 대로다. 그릴 수 있는 문자가 11,542자, 현대 한글 음절은 11,172자 전부, 한글 낱자 94자도 전부다. 라틴 기본 95자와 라틴-1 보충 96자도 빠짐이 없다. 이 다섯 항목이 모두 «완비» 로 나오는 서체는 이 글에서 다루는 다섯 중 본명조뿐이다.
라이선스는 어디까지 열려 있나
본명조는 SIL Open Font License 1.1 로 배포된다. 획획클럽은 인쇄·웹·영상·패키지·BI/CI 다섯 매체를 모두 사용 가능으로 정리했고 근거는 Google Fonts 의 라이선스 원문이다. OFL 이 실제로 금지하는 것은 폰트 파일 자체를 단독 상품으로 판매하는 행위이지, 그 폰트로 만든 인쇄물이나 영상의 사용·판매가 아니다.
다만 여기 적은 것을 법률 판단으로 삼지는 말자. 로고·상표처럼 권리가 길게 남는 작업이라면 폰트 라이선스와 상표 등록 심사가 다른 절차라는 점을 함께 따져야 하고, 폰트를 수정해 재배포할 계획이 있다면 예약 폰트명 조항을 직접 읽어야 한다. 획획클럽 본명조 상세 페이지에 매체별 판정과 공식 원문 링크를 함께 걸어 두었다.
정리하면
본명조는 «빠짐없이 그린다» 를 최우선으로 둔 서체다. 그 대가로 파일이 무겁고, 그래서 웹에서는 손을 봐야 하며, 인쇄와 문서에서는 거의 무적이다. 고를 때 던질 질문은 하나다. 내 원고에 흔치 않은 글자가 나올 수 있는가.
본명조 Noto Serif KR · 굵기 8단계 · 한글 11,172자
후보를 좁혔다면 시안 위에 직접 얹어 보는 편이 빠르다. 획획클럽에서 같은 문구로 명조들을 갈아 끼우면 자소 크기 차이가 곧바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