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폰트가 촌스러워질 때, 시대를 하나만 고른다
레트로는 하나가 아니다. 도트·간판·포장·활판 네 갈래로 나눈 뒤 한 축만 골라 섞는 기준을 획획클럽이 보유한 레트로 폰트 20종으로 정리했다.
다루는 폰트 · 배달의민족 을지로체

레트로 폰트를 여러 개 얹었는데 콘셉트가 아니라 정리 안 된 느낌으로 보인다면, 원인은 대개 시대가 섞인 것이다. 게임 화면의 도트와 옛 간판의 붓글씨는 둘 다 옛날 느낌이지만 가리키는 시대와 장소가 다르다. 2026년 10월 1일 기준 획획클럽 카탈로그에서 레트로 분위기 태그가 붙은 폰트는 20종인데, 이걸 네 갈래로 나눠 놓고 한 축만 고르면 대부분 해결된다.
을지로 3가 노포 골목
네 갈래로 나눠 본다
- 화면 속 도트 — Galmuri(400·700), Neo둥근모, Neo둥근모 Pro, 물마루 · 오락실과 옛 컴퓨터 화면 쪽
- 거리의 간판 — 배달의민족 을지로체, 을지로10년후체, 을지로오래오래체 · 붓으로 쓴 노포 간판 쪽 · 셋 다 굵기 400 한 단계
- 포장의 둥근 글자 — 빙그레 메로나체(400·700), 배달의민족 한나체, 도현, 연성 · 옛 과자·아이스크림 포장 쪽
- 활판과 고전 — Cafe24 클래식타입, 기랑해랑 · 옛 인쇄물과 손으로 그린 제목 쪽
이 구분은 우리 해석이다. 배포사가 연도를 공식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서체 설명과 형태에서 읽히는 출처를 묶은 것이다. 그래도 기준으로 쓰기에는 충분하다. 네 축의 글자를 한 화면에 나란히 놓아 보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게 금방 보인다.
한 축을 고르고 나머지는 중립으로 받친다
인상이 강한 서체라 두 개를 제목과 본문에 나눠 쓰면 본문이 읽히지 않는다. 정한 축에서 한 종만 제목으로 쓰고, 설명·가격·운영 시간 같은 나머지 글자는 인상이 옅은 고딕으로 받치는 편이 결과가 낫다.
이렇게 하면 레트로가 한 군데에만 집중돼 오히려 또렷해진다. 팝업 간판은 을지로체로, 메뉴판 본문은 평범한 고딕으로 두는 식이다. 옛날 느낌을 모든 글자에 바르면 정보가 사라진다.
영업시간 11:00 - 21:00
축마다 굵기 사정이 다르다
을지로체 계열 세 종은 모두 굵기 400 하나다. 간판 한 줄에는 충분하지만 제목과 부제를 굵기로 나눌 수는 없다. 크기 차이로만 위계를 만들어야 한다.
포장 축의 빙그레 메로나체는 400과 700 두 단계를 준다. 도트 축에서는 Galmuri만 400과 700을 주고 나머지 셋은 400 하나다. 제목과 부제를 같은 서체로 묶고 싶다면 이 두 종이 선택지가 된다.
같은 축 안에서도 세 종을 다 쓰지 않는다
을지로체, 을지로10년후체, 을지로오래오래체는 같은 계열이라 섞어도 충돌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 종을 한 시안에 다 넣으면 어느 것이 제목인지 흐려진다.
둘까지가 적당하다. 간판에 하나, 포스터 제목에 하나를 두고 나머지는 쓰지 않는다. 세 번째 서체가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는 대체로 크기나 배치로 풀어야 하는 문제다.
로고까지 갈 계획이면 미리 확인한다
콘셉트를 정하면 로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 걸리는 지점이 하나 있다. 빙그레 서체 다섯 종은 카탈로그 116종 가운데 유일하게 BI/CI 사용이 막혀 있다. 포장의 둥근 글자 축에서 인상이 가장 잘 맞는 메로나체가 여기 해당한다.
포스터와 현수막, 패키지 인쇄에는 쓸 수 있고 로고와 브랜드명에만 못 쓴다. 같은 축에서 로고까지 밀고 갈 생각이라면 배달의민족 계열 쪽이 조건이 단순하다. 배달의민족 글꼴은 브로슈어·포스터·책·잡지·명함·지면 광고와 영상 자막을 사용 가능 범위로 적어 두었다. 경계를 항목별로 확인하려면 무료 폰트로 로고를 만들 때의 세 가지 확인을 보자.
이 기준이 다루지 않는 것
도트 축을 골랐다면 기술 설정이 따로 필요하다. 크기를 배수로 맞추고 위치를 정수로 잡지 않으면 글자가 흐려진다. 그 순서는 도트 폰트 흐림을 잡는 네 가지 설정에 정리했다.
시대 구분에 연대 통계나 유행 주기 같은 수치는 넣지 않았다. 우리가 측정한 값이 아니고, 레트로가 가리키는 시점은 보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 이 글이 주는 건 숫자가 아니라 "한 축만 고른다"는 규칙 하나다.
자주 나오는 질문
도트와 간판체를 꼭 못 섞나. 섞어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두 시대를 일부러 충돌시킨다는 의도가 시안 전체에서 읽혀야 하고, 그러려면 색과 배치까지 그 의도를 따라야 한다. 기본값으로 삼을 조합은 아니다.
본문까지 레트로로 가면 안 되나. 짧은 문구라면 괜찮다. 메뉴 설명이나 이용 안내처럼 여러 줄이 이어지는 자리에서는 읽는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굿즈 인쇄에도 다 쓸 수 있나. 카탈로그 116종은 모두 인쇄와 패키지 사용이 허용이다. 확인할 것은 로고로 쓸 때의 BI/CI 항목과 폰트 파일을 고쳐 다시 배포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축을 하나 골랐다면 폰트 시뮬레이터에 팝업 간판이나 굿즈 시안을 올리고 상호 한 줄을 갈아 끼워 보자. 5분이면 그 서체가 가리키는 시대가 우리 콘셉트와 맞는지 알 수 있다.

